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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부 ㅣ 국내 미출간 소설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나 마음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등이 글의 곳곳에 녹아있어 읽기가 더디었던 것, 이야기의 전개보다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을 할애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류의 작품들을 오랫만에 읽게 되면 소설의 초반부에서 "무슨 개소리야", "뭔소리야" 라고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 빈도가 좀 더 높았던 거 같다. 또, 너무 깊이 빠지거나, 이리돌렸다 저리돌렸다 해대는 통에 쉬 흥미를 잃기도 쉽다. 그러나, 대개의 이런 소설들은 주인공의 자아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전제에 두고 시작하게 되는데, 아마도 불완전한 소설을 읽는 나만큼이나 불완전한 소설 속의 인물을 보며, 다소의 위안을 받거나, 그가 풀어나가는 것에 동조 혹은 비난을 하며 그와 심리적으로 컨택을 하는 과정이 발생하여 어떤 대목에서는 주인공의 생각이 공감이 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마도 작가의 인간 심리, 본성에 대한 기술을 내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리라.
인간은 애초에 처음의 시발점과는 다른 방향, 다른 생각, 다른 의도, 다른 말로 진행되어 최초의 시발점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끝을 맺는다. 그것이 어느 누구에게 피해도 주지않는 혼자만의 생각이나 결심이라도, 혹은 누구와 표면적으로 외적으로 드러내놓고 했던 약속이더라도, 심지어 야합따위이더라도,.......... 약속은 약속대로 흘러가지 않고, 결심은 결심대로 흘러가지 않고, 생각은 1초에도 수번씩의 굴절을 격으며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모순은 인간의 본성이라 설명한다. 마치 누구에게 데이거나, 약속을 심하게 어김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저자가 이제는 그래 그건 다 인간의 본성이야 라고 달관하는 것 같은 느낌의 고백을 하는 듯도 하다.
가끔은 그런 상황을 잡아먹거나 잡아먹히거나의 단도직입적인 정리를 해야한다고도 말하나, 그것 또한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의 허망한 심리 상태에서의 목숨을 놓아버리려고 했던 것이 야스씨의 충고와 그 충고를 에너지로 한 자각에서 시작되기는 하나, 이 역시도 강한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소설의 초입부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인간의 본성에 관한 탐구, 성찰로 주인공이 해답을 찾는 것이 책 전반에 걸쳐있는 심리 기술에 들인 공이 덜 아까운 결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불완전한 주인공의 처지가 근래의 나의 상황들과 맞아떨어짐에 어떤 철학적, 심리적 깨달음을 통해 국면을 해쳐나가는지 나도 주시하며 또, 해답을 공유하고자 책을 끝까지 읽었기에 다소 허망한 결말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대략 주인공의 심리가 극적으로 반전된 계기는 갱도라는 타락한 장소가 아닌 화려한 장소에서 죽겠다는 허영심에서 시작되어 과거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는 그래서 자신을 괴롭히는 타락한 갱부들과는 다른 야스씨라는 사람과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그는 교육받은 사람이고 수준 높은 말을 쓰기에, 또한 그런 그가 타락한 갱부들과 달리 자신의 편이 되어 주었기에 그의 말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야스씨가 자신에게 그곳을 벗어나라고 하기에, 또, 그런 그도 이런 타락한 곳에도 죽지않고 살아가고 있기에 죽는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깨닫게 되고, 살아가기로, 갱부에서 되는 것에서 탈출하기로 마음먹게된다.. 뭔가 이유가 되는 듯 하면서도 좀 부족한 추진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철저하게 본인이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만들어낸 결론이 아닌지라, 갱부가 되기 위해 들어오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어영부영하게 갱부가 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한다. 어쩌면 이 부족한 계기들에 대한 보완을 위해 다만 자기 자신이 노력하여 번 돈으로 갱부를 탈출하는 것을 방법으로 삼았을 수 있겠으나 이 마저도 갱부가 되려 들어온 곳에서 갱부이외에 철저히 타락한, 더러워진 존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타락되었다고 이야기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야기 한다.
작가의 인간 심리에 대한 썰 풀기에 처음에는 "뭔개소리야"로 시작해 빠져들어 읽었으나, 다소 이야기의 흐름이나 인물들의 해결점을 찾아가는 방식, 주인공이 주변 인물이나 사건에 뛰어드는 방식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느낌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라는 작가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