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94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스텔 톤의 배경에 숟가락을 들고 커피잔 옆에 서 있는 빨간 토끼..

표지만으로도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게 만들어 손이 가게 만드는 책이다.

그림만 보아도 누군가 몹시 지쳤을 것 같은 어지럽혀진 흑백이 책상위 모습(방금전 까지 사용한 듯한 이어폰과 볼펜, 동전들과 00:35을 가리키는 손목시계, 구겨진 종이와 함께한 원고들, 그리고 커피잔의 모습은 글이 필요 없어도 될 것 같은 묘사를 해준다. 화자는 몸도 마음도 몹시 지친 상태로 의자에 앉아 잠들고 말았지만..다음장에 펼쳐지는 화려한 색감은 다른 곳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잠에서 깨어 본 모습은 새 모양을 한 컵, 각사탕이 되어 있는 커피콩, 그리고 작고 하얀 토끼, 자신을 모카라고 소개하는데 어디선가 본적이 있지만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는 답답함을 뒤로하고 참견쟁이 토끼는 마치 나를 아는 것 같은 말투로

"옛날처럼 좀 더 웃어, 괜찮아. 분명히 잘 될 거야." "너를 위해 행복 커피를 만들게!"라 말하자 커피콩들과 새 모양의 컵이 모여들어 춤을 추지만 주인공은 꿈이라고 생각해 얼른 깨고 싶어 진다.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마로키노, 아메리카노, 마키아토, 커피 스무디, 비엔나 커피, 보리 커피, 카페라테 등 온갖 종류의 커피를 만들지만 지쳐 있는 주이공에겐 짜증만 불러일으킬뿐 그만 화를 내고 마는데..

갑자기 사라진 눈 앞의 마법 세계에 다시 화면의 첫 장면의 그 회색빛 책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토끼 모카는 슬퍼하는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며 "괜찮아, 울어도 좋아. 모카는 쭉 네 곁에 있을 거야."라는 말에 그만 울어버린다. 그동안 참고 있었던 울음을 모카의 한 마디에 무너져 버려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신 커피는 그동안 맛 본적 없는 최고의 커피였고 진정이 되자 생각이 났다. 모카는 어릴적 내가 연습장에 그려 이름을 붙인 토끼란 것을..

어른이 되면서 웃음도 줄어들었지만 그와 함께 울음도 줄어들었다. 고민할 것도 많고 피곤한 일도 많지만 약해보이지 않기 위해 또 괜찮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억지로 참고 아무것도 아닌 척 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모카가 있을거라고 또 내 곁에서 항상 지켜주며 응원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좀 더 웃고 슬프면 우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