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 - 전경자



나무가 그립지도 않은데 산에 오른 날
개흙이 그립지도 않은데 늪에 나간 날

사람이 못내 그리워 달밤에 산책한 날
친구가 못내 그리워 무덤에 찾아간 날

찬란한 별빛 탓하며 묵묵히 지새운 날
고요한 달빛 탓하며 목메어 울었던 날










* 시 '조용한 날'은 전경자 시집 [아무리아니라 하여도 혹시나 그리움 아닌가] (2009, 도서출판 띠)에 수록 있습니다.



한국 문학번역상을 여러번 수상하며 번역가로 꾸준히 활동해 온 전경자 작가의 첫 시집. 사랑을 희구하고 그 고단함으로 쓸쓸해하던 2·30대를 시작으로 세상을 꿈꾸고 그 세상에 탄식하는 4·50대, 상실감이 추억을 불러오는 60대까지의 모습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한 시어 속에 그려내었다. 날카롭고도 절제된 시인의 언어감각 속에서 빛나는 사랑과 단절, 죽음 그리고 자연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묵은 세월만큼 입체적이면서 다양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차곡 차곡 언어를 쌓아왔던 시인의 40년, 그 그윽한 세월의 깊이를 가득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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