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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평점 : 
불륜은 드라마, 영화, 소설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는 소재이다.
많은 사람들은 불륜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몰입한다.
그러나 이 책은 굉장히 독특하다.
독특하다는 표현으로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유부남이던 존은 티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가정을 깨고 티미와 재혼한다.
그렇게 평생 행복할 것만 같던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남자 군나르의 등장으로 20년만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존의 반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남편들의 반응과 다르다.
오히려 티미가 군나르와 잘 지내기를 부추기며
부부관계만 유지된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도 괜찮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런 존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존은 티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존은 이미 전부인과의 관계를 깨고
또다른 사랑을 찾아 티미와 결혼을 했다.
그러기에 티미가 언제든지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
하지만 군나르는 티미와 부부는 아니잖아? 하는 약간의 우월감,
군나르에게 아내를 빼앗긴 것 같은 약간의 패배감 등
복잡한 감정들의 결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 존이 티미에게 가정을 버릴거냐며 호통을 치거나,
당신 없이 살 수 없으니 그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했다면,
이들 부부는 다른 결말을 맞았을까?
전부인을 버리고 새 가정을 꾸린 존이
티미에게 버림받고 전부인과 똑같은 처지가 된 것이
마냥 통쾌하지만은 않다.
아쉬운 점은 소설이 존의 관점에서만 쓰였다는 점과
결혼의 연대기라는 소설 제목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혼의 시작부터 변해가는 과정이 아닌
위기를 맞은 한 시점을 묘사한 소설이기때문에
연대기라는 제목과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출판사에서 내건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라는 타이틀도
부부의 세계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실망일 것 같다.
결혼의 끝을 씁쓸하게 그린 소설 '결혼의 연대기'
독특하긴 했지만 어딘가 흥미나 공감요소가 부족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