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모든 일들을 곁에서 보고도 태화에게 실망하지 않았다. 실망하기보다는 늘 애처로움을 느꼈다. - P54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요. 사실 어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어요 찾아 나서지 않은 이유는, 내가 상상한 모습이 아니면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였어요. - P65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 지겨워졌다. 위로만 바라는 그 애가 너무나 이기적이라서 화가 났다. 이제는 서서히 정을 떼는 편이 내 신상에 이로우리란 결론에 도달했다. 태화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 웃게 하는 일,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일이 소모적인 일로 여겨졌다. - P75
살아온 시간 동안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공포는 단일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공포보다 피하고 싶은 것은 거북한 감정이다. - P79
나만큼 외로운 아이를 만들어 곁에 붙들어투려는 음모를 꾸민 건 아닐까 그러나 이런 망상을 단호하게 부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겐 태화의 존재가 간절했다. 태화는 나의 분신이었다. - P88
사실 오래도록 내가 누군가의 전부이기를 꿈꾸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 P99
태화가 전부라서, 전부를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모질게 끊어냈다. 하지만 결국 실패한 거겠지. 덜 사랑하면 덜 슬플 줄알았는데. - P100
태화와 내가 서로를 점유하고 장악하기를 바랐다. 다른 사람들과는 결코 비교할 수없이 끈끈하고 소중하기를. 가끔씩은 서로의 삶에 행패 부리기를. 미안함이라고는 모르고 뻔뻔하게 착취하기를. 그러고도 당연하다는듯 서로의 곁을 지키기를. - P100
극진한 사랑의 감정들,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서 부패한 마음을 소설 여기저기에 부려놓았다 조금 난잡하고 징그럽게 느껴질지라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아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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