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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 책 줄거리는 간략하게만 언급할게요^^
직접 읽어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도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작가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추리소설이 아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작가와 처음 만났다.
두꺼운 페이지의 소설이었지만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기에 작가에 대한 인상이 좋았었다.
알고 보니 추리 소설의 대가라는 점!
그 다음에 접한 것은 '용의자 X의 헌신', 그 뒤에 몇 권의 소설을 더 읽었다.
아직까지 '가가 형사 시리즈'는 읽어보지 못했다.
이번 좋은 기회를 맞아 가가 형사 시리즈 중 '내가 그를 죽였다'를 읽게 되었다.
사실 받자마자 며칠 안 되어서 읽어버린 소설이다.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한 번 책을 펼치면 덮을 때까지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1. 독자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이 소설은 가가 형사 시리즈 중의 5번째 순서에 놓여 있다.
인기 작가 '호다카 마코토'가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약물에 의해 죽게 되는데
'간바야시 다카히로', '스루가 나오유키', '유키자사 가오리'가 용의 선상에 오른다.
그리고 소설은 이 세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가가 형사는 세 명을 만나면서 마코토를 과연 누가 죽였는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해준다.
이 세 사람은 마코토를 죽일 만한 동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충분히 서술되어 있기에
이제 누가 마코토를 죽인 범인이냐는 책장을 넘길수록 확실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 쪽수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여전히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보통 가가 형사가 마지막에 사건의 경과를 정리하고 단서를 조합하면서 범인이 밝혀질 줄 알았는데
용의자로 지목받은 세 사람 모두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가가 형사가 "범인은 당신입니다."라는 발언으로 소설이 끝나버렸다.
소설을 읽으면서 증폭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책의 뒷표지에 '히가시노 게이고와 독자의 한 판 추리 대결‘이라는 문구와도 연관되는 지점이다.
한 장을 넘겨보니 '봉인 해설'이 있었다.
봉인 해설을 바로 뜯어보고 싶은 마음과 나도 한 번 추리를 해볼까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냥 과감히 뜯어버렸다.
그렇지만 해설을 읽어도 범인은 세 사람 중에 누군가라고 밝히지 않는다.
결국 독자는 용의자 세 사람의 시점에서 진술하는 것들을 조합하고, 인물을 묘사한 부분, 인물의 행동을 잘 관찰하여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즉, 독자가 직접 추리에 참여하는 구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미스테리 구조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기꺼이 이 과정을 거칠 것이라 믿는다.
2. 가가 교이치로
책 겉표지를 넘기면 가가 형사의 성격과 그가 형사가 된 과정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냉정한 시선으로 사건을 쫓고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지만, 한편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잃지 않는다는 그.
‘내가 그를 죽였다’에서는 냉철하게 사건에 접근하는 부분이 더 부각되어 있어, 그의 배려심 많은 성격이 잘 드러나는 시리즈는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며 4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가가가 추리하는 사람으로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졸업’과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일었다.
그중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소설이 이번에 읽은 것과 흡사한 면이 있어 잠깐 언급해보려고 한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역시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군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교통 지도계 경찰인 ‘야스마사’는 자신의 여동생 ‘소노코’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흔적을 찾는다. 그는 경찰로서가 아닌 오빠로서 여동생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는 마음을 갖지만, 가가 형사가 등장하면서 그 양상이 달라지는 듯 보인다. 가가는 야스마사의 속내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야스마사의 마음을 헤아리고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인간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발로가 아닐까.
오랜만에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책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