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
연서인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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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인 작가가 서울에서 대학, 직장 생활을 하며 거쳤던 자취방과

작가의 친구들의 자취방들에 관한 이야기.

 

집이라기보다는 방이라고 해야할 듯.

갖추어진 세간살이가 없으며

레시피 정석대로 요리해 먹는 것도 장비 부족 등으로 어색한 곳.

 

그저 어딘가에서 싸게 구한 앉음뱅이 책상과 침대가 있으면 족하고

수제비, 라면, 카레같은 메뉴가 더 어울리는 자취방...

 

수원에서 잠깐 동료와 함께 기숙사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불편함은 거의 나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저녁 시간에 기운이 없는 나는

퇴근하면 누워서 책 읽고 싶은데

그 곳에선 동료들이 왁자지껄 모여

산책 가자, 맥주 마시자 등 매일매일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난 까칠하므로 거의 함께 하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 대로 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내 시간인데도... 거절 후에 오는 씁쓸한 따돌림 같은 걸

못내 감수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더 빨리 결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만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자취는 해 본 적이 없다.

 

자취라는 것엔 묘한 향수와 그리움이 있다.

작은 방, 앉음뱅이 책상, 그 위에 스탠드(스탠드는 절대 빠져선 안되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작은 침대. 침대 옆에 바로 작은 책장(온 방을 가득 채울 정도의 책은 갖고 싶지 않다.)

 

그 작은 공간에서

혼자 공부하고, 책 읽을 수 있다면

뭐라도(?)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

 

방은 초라하지만 청춘의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니 방에 대해서라기보다

청춘에 이루지 못한 일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나이가 들고 뭔가 성취가 끝났다 싶은 시점에선 부끄러울 수 있는 것들이

청춘의 그 즈음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집?

 

지금 사는 집?

 

바지런한 햇살이 들어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화분이 잘 자라는 집

침대 옆에 스탠드, 그 옆에 향초...

적당한 그릇들. 많지 않은 살림살이들, 깨끗한 이불...

 

한 가지는 없구나.

앉아서 책 읽고 비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낮은 위치의 커다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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