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들은 상처로 말한다 - 자해·우울 등 고통받는 아이들과 나눈 회복의 대화
셰이팅 지음, 강수민.김영화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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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해와 우울에 대해 다룬 책을 찾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주제를 담담히 풀어내는 책은 많지 않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고,
한 번 읽기 시작한 채로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은 사춘기 딸을 두고 있는 부모로서 읽은 책이지만, 내 어린 시절 상처를 건드리는 책이기도 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해 상처로 남아 버린 순간들, 내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모른 척 했던 부모님. 

우울이나 자해를 겪는 아이뿐 아니라 그 아이를 지켜보며 견뎌야 하는 부모들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오늘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를 버티는 가족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어른들에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조용히 건네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상처를 겪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의 문제에 조금 더 다가서는 느낌을 받게 되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아이들도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디고 있었는지,
책 속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부모인 저도 그동안 너무 바쁘고 무심해서
아이의 작은 신호들을 놓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만큼이나
그 곁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가족에게도
이 책이 잠시 숨 돌릴 여지를 주는 것 같다.
읽는 동안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그래서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내면의 혼란을 스스로 해결할 힘이 약한 아이는 흔히 신경질적으로 굴며 타인과 자신을 상처 입힌다. 만약 이때 아이의 구조 신호를 무시하고 다그치기만 한다면 도와줄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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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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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박사는 책의 해제에서 “한국 사회의 성폭력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상화, 약한 처벌, 그리고 성폭력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남성들 간의 권력 문제가 될 때 주로 가시화된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은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에도 가해자인 남성의 편의와 필요에 따라 다뤄진다. “성폭력은 아내에 대한 폭력(가정 폭력)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가장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가장 피해자가 많은 범죄”이며 “인류 역사에서 이만큼 만연한 폭력임과 동시에 본질적으로 인간성을 드러내는 역사”는 없었다. 책에 따르면 성폭력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인 동시에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여성들은 전 세대에 걸쳐 유사한 의심과 비난을 받으며 ‘수치’를 겪었다.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강간을 당할 수 있는지’를 법정에서 의심 받아야 했고(92쪽), “네가 레즈비언인 거 알고 있어…넌 네가 남자인 줄 알지만, 내가 .. 너를 임신시킬 거야.”라며 성 정체성을 강제로 교정당하기도 한다(139쪽). 책은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위안부 성 노예 사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룬다.
“식민지 한국 여성의 몸은 명백히 적의 위치에 놓여 있지 않았다. ‘위안부’ 여성을 고안해낸 주된 목표가 성공적인 전쟁 수행이었으므로, 한국 여성의 몸은 군수품, 일본의 승리를 가져올 자원으로 취급되었다.”(315쪽)

책은 강간이라는 기나긴 수치의 역사를 다양한 카테고리로 조망한다. 왜 많은 법정이 강간 희생자를 의심하는가. 성 정체성에 따라 어떤 혐오와 위험에 시달리는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그 많은 폭력과 신고 고발은 왜 언제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권력에만 취약한가. 여성 성범죄를 젠더적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강간은 특정 인종을 린치하는 데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미쳤는가. 강간은 전쟁 역사에서 얼마나 효과적인 무기였는가. 강간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 책이 꼭 우울한 이야기가 될 필요는 없다. 효과적인 연합과 저항 전략을 창조하고 구축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강간 없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론으로 타협하고 공유하고 연합할 것을 제안한다.
젠더와 인종, 계급의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분들이 보신다면, 다양한 자료와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오랜 수치의 역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견뎌낸 그 많은 여성들에게 경외심이 드는 책이다.

“구체적인 몸은 저항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항의 중 다른 몸들과의 관계 속에서 출현하는 사회적 상호 작용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는 이렇게 주장했다. ’몸은 단지 우리가 가진 것만이 아니다. 우리 자체다.’”(413쪽)

전 세계에서 여성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저항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저항하는 몸들은 저항하는 정치를 낳”(415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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