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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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누스 시리즈의 이름값은 하는 작품이다. 읽고 실망할 정도는 아니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넬레 노이하우스답게 구성 주제의식 묘사 다 좋다. 다 좋은데 추리물로서의 장르적 완성도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우연과 행운이 잇따르고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병풍으로 보일만큼 뜻하지 않은 조력자의 역할이 너무 크다. 결정적인 증인도 조력자가 찾아낸다. 피아는 여전히 직관이 좋지만 그게 전부다. 열심히 뛰긴 하는데 한 게 뭐 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민폐캐릭터에 휘둘리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유능했던 형사 콤비는 나이를 먹더니 이제 지친 것 같다.

타우누스 시리즈가 뒤랑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뒤랑 시리즈의 단점까지 닮아간다는 것이다. 뒤랑 시리즈의 약점인 비슷한 설정 반복과 우연적 요소에 대한 의존이 이 작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노이하우스 특유의 사회고발의식은 여전히 돋보이지만 문제는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늘 비슷하다는 거다. 작품을 보면 안다. 설정이 늘 비슷하니 사악한 늑대부터 범인 예측도 갈수록 쉬워지고 그걸 풍부한 표현력만으로 커버하기에 독자 머리 위에 있어야 할 전체적인 트릭이 허술해진다. 개인적으로 타우누스 시리즈는 뒤랑 시리즈의 약점까지 성공적으로 극복한 모범적인 청출어람의 사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장단점이 뚜렷이 갈리는, 폼 나지만 뭔가 아쉬운 베스트셀러가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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