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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 다이슨의 의도된 실수 - 과학과 인문학의 논쟁 그리고 미래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나니 분명 나도 서평을 쓰고 있는데도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는 건가, 를 제대로 느꼈다. 저자의 글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와도 너무나 당연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널려 있긴 하지만, 서평이라는 분야에서는 또 다르지 않을까. 물론 국내에도 글 잘 쓰는 서평가가 존재하고, 그의 글을 읽었을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의 기분을 느꼈다. 같은 사람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뭐 이들과 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니까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내 자유다.
내용에 앞서 저자의 이력은 화려하다 못해 웅장할 정도다. 책을 읽어보고 나서 는 스티븐 와인버그의 발언에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노벨위원회가 저자를 밀어낸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더군다나 책의 서문만 읽어봐도 저자의 성숙한 인격을 알 수 있다. 자국의 문화를 우월히 여기는 미국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알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말하면서. 저자와 친분이 있는 이들 중에 리처드 파인만과 스티븐 와인버그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사진만 보면 쭈그렁 외국인 할아버지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그의 인격과 업적, 그리고 이 책의 의도된 실수들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지에 감탄할 수 밖에 없어진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업적을 남긴 저자가 글쓰기까지도 이렇게 탁월하다는 것에도 놀랍다. 한 가지를 잘하면서 이렇게 여러가지까지 잘하니까 요즘 말하는 사기캐릭터 같기도 하다.
총 21편의 서평을 싣고 있는 이 책은 과학이나 인문학이라면 무조건 어렵다고 여기는 독자들에게도 좀 더 익숙하게 다가선다. 그렇다고 완전 초등학생이 읽을 정도로 쉽네라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아니 그 책을 직접 읽으면 되지 왜 서평집을 읽어?라는 생각을 해온 독자라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책이다. 난 지금 매트릭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된 21편의 실수들을 넘어 후속편도 더 나왔으면 하는 책이다. 영어를 할 줄 안다면 원문으로 읽고 싶은데 이는 불가능은 아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안타깝지만 이 책만큼의 번역으로 접하고 싶다. 과학과 인문학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무조건 읽어봐야할 책이다. 물론 제목만큼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기에 행여나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