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 - 의심 많은 사람을 위한 생애 첫 번째 사회학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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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여태까지 살아왔다. 학교라는 곳에서 역사를 배우기 전, 어린이들을 위한 세계사, 한국사 만화 전집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오타가 아니라 내 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5천 년 역사가 내리쬐는 위대한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삶이라는 모토는 어린이 용 학습역사 만화나 국내 교육제도에서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교과서 첫 장에 나오던 '나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와 같은 말들을 무슨뜻인지도 모르고 시키니까 늘 따라 말했다. 국민교육헌장이었나 지금도 왜 아이들한테 그런 짓을 시켰는지 당최 모르겠다. 무슨 뜻인지도 전혀 모르는 아이들한테 말이다. 이 책에서 애국심에 대한 내용이 나올때 어릴 때의 기억들이 마구 떠올랐다. 문화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각 문화권마다 강요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거의 악습이라고 할 정도의 것들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무슨 뜻인지도 모른체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주입한 것들이 훗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아는 것일까. 이 책은 평소 이런 나의 물음이나 불만에 대해, 이런 생각들이 결코 쓰잘데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사실 사회학이라는 게 무언지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전부터 사회학이란 학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생각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사회에 조종당하고 속지 않기 위해서는 뭐든지 비판적으로 의심해보는 사고를 더욱 더 키워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류의 책들을 읽었었지만, 거의 국외 저자의 책들이었고, 다 나름의 유용성이 있는 좋은 책들이었지만, 사회에, 그리고 국내에 대입하면 어렵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었다. 이 책은 그 막힌 곳을 제대로 긁어주며 이 따위 세상에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생각과 가치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고 한탄하기 전에, 개개인들이 더 똑똑해지며, 화합하게 될 때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저자의 말처럼 독재자에게는 너그러운게 문제지만, 앞으로는 독재자들이 군림하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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