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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라도 괜찮아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무늘보라도 괜찮아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늘상 바쁘게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늘상 느리게만 움직이는 나무늘보같은 삶을 꿈꾸지 않는가.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독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편안한 마음에 들고싶다를 유도하는 힐링서적이 아니다.
저자는 생물학자이고 에세이스트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한 저자이다. 여태 나긋나긋하고 아른한 에세이를 읽어왔던 독자라면 이 책은 좀 낯설 것이다. 에세이임에도 생물학자라는 저자의 직업이 와닿을 수 밖에 없는 지식들이 매 챕터마다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또 과학적이기도 한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에게는 이만큼 재미있을 수 없다라는 에세이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너무 생소하기만할 에세이가 될 것이다.
나는 후자의 경우였다. 그럼에도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어릴 적에는 소설을 많이 접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에세이를 접하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여태껏 읽은 에세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 책은 에세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바꾸게 해주었다. 물론 여태 읽은 에세이들이 비슷비슷한 내용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자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전문지식과 함께하는 에세이가 어떤 맛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이다.
핵심이 되는 내용인 나무늘보에 대한 이야기들의 원류로 가자면, 인간은 원래가 게으르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게으른 본성을 거부하고 적대시 하지말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어야 올바른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을 전한다. 물론 모든 것에 게으를 수는 없지만, 이 바쁘고 각박한 세상에서 이만한 메세지로 푸근함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태초의 인간들로 시작해 여태까지 유전자에 새겨진 게으름이라는 것인데, 이걸 거부하는 것도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