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온 순간들

안녕 -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 온 순간들
서늘한 지음 / 늘한 / 2018년 3월

작은 판형의 검은색 하드커버, 단촐하게 자리잡은 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제목, 그리고 연회색 띠지. 디자인부터 상당히 심플하다. 시크한 감성이 물씬 풍길 듯 싶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그렇지 않다. 안녕이라는 말은 이별을 뜻하기도 하지만, 시작을 뜻하기도 하니까.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여러가지 이별 이야기들을 말한다. 이별은 꼭 연인 관계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이별하면 떠오르는 것은 연인이기도 하다. 책의 대부분의 이별은 주로 헤어진 연인과의 이야기가 차지한다. 그만큼이나 흔하다면 흔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같은 사람과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고 믿는 연인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기억이 왜곡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른 한 명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걸 이별 후에야 깨닫게 되는 일도 흔하다. 한 명이 이미 지쳐가고 있을 때도 다른 한 명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일상의 연애를 이어나가게 되니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슬픔만 남는 것이 아니다. 비록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상대와의 시간과 기억들이 남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슬픔은 시간 속에 묻혀져 더뎌지고 둔감해진다. 일상 속에서 사라진 상대방은 또다른 일상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마치 일기를 보는 듯한 담백한 문체와 내용 속에서, 상대와의 기억들을 되짚으며, 기억에 남았던 드라마 대사와 강의나 책 등의 문구들을 통해서도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저자. 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났어도, 이따금씩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일지 모른다. 헤어지고 여전히 좋지 않더라도, 그 기억들을 편집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이다. 안녕이라는 말과 함께 상대방과 자신을 더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책의 띠지에 명시되어있다. 고맙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