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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 마술같은 언어로 써내려간 불후의 명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은영 옮김 / 꿈과희망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가 내게 "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뭐뭐지?" 라고 물었을 때, 나는 당당하게 " 햄릿, 리어왕, 오셀로,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때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도 충분히 4대 비극안에 들어갈 줄 알았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그때 내가 했던 대답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연과 예술이라는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햄릿이 연극으로 공연되는 것을 녹화된 비디오로나마 보게 되었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마지막 작품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 '맥베드' 라는 것을 알았다.
수업을 통해서 비극의 탄생을 알았고,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을 공부했다. 줄거리가 어떠하고, 각각의 비극들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이고, 주요인물들의 이름은 무엇무엇 인가를 달달 외웠다. 아무리 대단한 문학작품이라 할지라도 공부로 만나게 된다면 도저히 즐길 수가 없다. 그렇게 대학생이라는 이름표만 달고서 무지막지하게 무지했던 내가 드디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었다. 그리고 마음껏 즐겼다.
누군가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너무나 위대해서 일년에 한 작품씩만 읽어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품을 읽는다면 감당하지 못한다" 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대단하다는 작품을 단 이틀만에 읽으면서 문장 한줄 한줄을, 대사 하나하나를 와그작 와그작
꼭꼭 씹어먹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지 못하리라 장담한다. 그 어려운 말들이 뭐가 그리 재밌냐고 물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다음대사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중간 중간 잘못 교정된 것은 문제가 없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수백년전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서 살아났다. 내가 영어를 잘해서 조금이라도 더 온전한 작품을 읽을 수 없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였다. 아, 그리고 꼭 4대 비극을 연극으로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됬다.
햄릿이 미친척을 하며 고뇌할때 나도 지하철 안에서 함께 고뇌했고, 오셀로가 질투에 치를 떨때 나도 우유를 마시다가 전율했다. 착한 딸 코델리아가 죽고 어리석은 리어왕이 죽을때 침대에 누워서 너무나도 안타까워했다. 마녀의 계시에 맥베드가 왕을 죽일 때 하지만 마녀의 두번째 계시는 이뤄지지 않았을때 허무했다. 그 누군가가 말했듯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일년에 한 작품씩만 읽었어야 했다. 작품마다 가득한 분노와 슬픔에 내 마음이 저절로 먹먹해졌다.
책을 다 읽고나서 한가지 든 생각은, '셰익스피어는 비극만 쓴게 아니니까, 다음번에는 희극을 봐야겠다.'
셰익스피어의 글은 대사 하나 하나가 다 살아숨쉬는데, 나는 도대체 글이 다 죽어가면서 숨을 헐떡거린다. 살려주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