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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사람 -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에세이
박경림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재작년,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고민이었던 때가 있었다. 마침 모교에서 박경림씨가 인간관계에 대해 강연을 한다고 하길래 찾아갔다. 많은 좌석수와 넓은 공간의, 강연을 할 수 있는 홀이 학교에 존재했지만 의외로 인문대학의 크지 않은 강당에서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복도와 벽면까지 가득 들어차 강연의 집중도와 몰입도, 분위기가 뜨거웠다.
박경림씨는 강연에서 아주 인상 깊은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냈다. 진정한 배려가 느껴지는 이야기들, 계산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보라는 것, 내가 무엇을 하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쳐서 오래 가지 못한다는 점, 먼저 인사하는 것이 내 마음을 안 아프게 하는 방법이라는 말 등... 이렇게 핵심만 적어놓으면 잘 와닿지 않고 식상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녀의 강연은 분명 나에게 힘이 되었다. 사람 문제 때문에 힘들 때면 그녀의 말들이 떠올랐다. 그녀의 이야기들이 문득 문득 일상에서 솟아났다. 왜였을까. 물론 그녀의 인상적인 화법과 전달력이 탁월해서였기도 했겠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그 진정성 때문에 그녀의 강연 내용은 내게 진실되게 다가왔고, 힘이 되었던 것이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카사노바를 생각해 본다. 카사노바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그는 특별한 스킬과 요령보다는 여성 한명 한명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았다고 한다. 역시 진정성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박경림씨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박경림씨는 강연에서 우리에게 전달한 메시지와 같이, 주위의 사람들을 대할 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훑어보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다운 이야기들이고, 박경림씨에 대해 더 알게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강연처럼 나에게 큰 힘을 가지진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진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책 내용이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의 디자인과 표지, 선전문구는 마치 이 책이 관계맺기 그 자체에 대한 에세이나 비법을 담은 것 같이 포장한다. 표지의 아트웍 역시 요즘 유행하는 심리학 서적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 책은 박경림씨의 자서전에 가까운데 말이다. 또한 지은이가 박경림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박경림씨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가 대필한 것이다. 책의 구성과 깊이면에서도 많은 아쉬움이 든다. 에피소드들에 있는 박경림씨의 사람에 대한 진정성은 아름답고 감탄스럽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