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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고시원으로 보는 청년 세대와 주거의 사회학 ㅣ 이매진 컨텍스트 29
정민우 지음 / 이매진 / 2011년 6월
평점 :
서울에서 반년 이상 지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고시원에 들어갈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이른바 고시텔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시설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공과금을 절약할 수 있으며 밥과 김치, 라면이 무제한 제공된다는 점 등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결국 고시원에 들어가게 되지는 않았었지만 상당히 복잡미묘한 심정이었던 기억이 난다.
비싼 보증금이 부담스러운 청년들에게 고시원은 선택 가능한 주요 주거 형태이다. 하지만 노량진이나 신림동에서 시험 공부를 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주거'로서 고시원 혹은 그 비슷한 형태(고시텔, 원룸텔, 미니 원룸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들이 마주하는 싸늘한 편견, 그리고 소음으로 인해 사적 영역이 침범되면서 발생하는 비인간적인 현상을 이 책은 날카롭게 잡아내고 있다.
아마도 고시원을 주거 대상으로 고려했을 때의 내 마음 한구석에 존재했던 불편함은 그런 사회적인 편견을 나 역시 내면화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우리에게 있어서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과 이상화된 규범을 파헤친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독립에 대해, 나아가 우리에게 집과 자기만의 방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뜻깊은 시선과 좋은 질문을 많이 던지는 책이다. 저자의 말대로 석사 학위 논문은 박사로 나아가는 중간 기착지 정도로 취급되기 쉬운데,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이처럼 의미 있는 책과 논의를 끌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