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 친밀성의 구조 변동
앤소니 기든스 지음, 배은경.황정미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번역본이 국내에 나온 것이 1996년, 원서가 나온 것이 1992년인데 현재까지 유효하게 적용되는 책의 통찰이 놀랍기만 하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사람들은 사회 변화의 맥락 속에서 성과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 책에 초반 부분에 나오는 '그녀를 만나기 전'이라는 소설의 남자 주인공처럼, 많은 사람들이 성과 사랑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스스로의 감정과 비이성적인 면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저자는 성과 사랑이 사회현상과 발맞추어 어떻게 변해 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떠한 내적인 어려움과 변화를 겪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며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섹슈얼리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과 친밀함에 대한 이슈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냥 쉬쉬하면서 음지에서만 다루어지기에는 사랑과 정체성에 미치는 섹슈얼리티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이런 담론이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나 역시 이런 주제가 나오면 얼굴부터 달아오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얻은 또 하나 자각하게 된 것은, 섹슈얼리티는 이제 재생산의 도구가 아닌 감정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친밀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자원(개발하고 증진해야 할)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섹슈얼리티가 서로 평등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소통적이고 민주적인 사랑 속에서 꽃피는 에로스야말로 풍부하고 질서 있는 만족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여성들과의 잠자리를 자랑처럼 떠벌리고 다니며 권위적인 모습을 곧 남성성과 동일시하는 남자들과, 데이트 비용을 불평등하게 지불함으로써 스스로 남녀간의 권력 관계를 형성해 버리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성 평등은 요원해 보이며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책과 논의가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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