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 -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강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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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활황이다. 나는 자투리 시간에는 책을 보고, 메신저나 문자보다는 직접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011번호에 2G폰을 쓰고 있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때문에 가끔씩 지인들에게 페이스북을 시작하라는 권유를 받곤 한다.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세상과 나의 균형이 너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아서 결국 페이스북에 가입했었다.  

  천천히 살펴본 이후에 내가 내린 결론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관계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어갈 수 있는, 나의 휴먼 네트워크의 영역을 넓히고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어떤 학자는 이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그루밍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깊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에 편지는 '깊이'가 존재하는 소통의 도구이다. 지금 시대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드는 소통의 매개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귀하고 특별해지는 도구이다. 이메일이나 싸이월드가 편지로 하는 소통을 일정 부분 대신해줄 수는 있지만 편지의 아날로그적인 향기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문인들의 호사스러운 문장들이지만, 대중을 향해 쓰여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만큼 읽는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뭉클한 유년시절의 기억처럼 아련한 옛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마치 밥맛은 평범하지만 가게의 고풍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때문에 입맛까지 좋아지고 자꾸만 찾게 되는 식당에 온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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