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이가 간다! 2 - 고기를 좋아하는 동물 개똥이네 책방 12
최현명 지음, 윤보원 그림 / 보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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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람이 호랑이 이겨? 사람이 호랑이보다 힘 쎄?"

 

그림책을 보던 여섯 살 아이가 내게 묻는다.

 

"아니, 못 이겨."


아이가 보는 책에 뭐가 나왔길래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 아이 책을 들여다봤다. 사냥꾼 여럿이 총으로 호랑이를 잡은 그림이다. 호랑이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이유로 사라졌는지 그림으로 설명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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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이가 간다!2 > 책 표지
ⓒ 보리
킁킁이가 간다

아이가 보던 책은 보리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킁킁이가 간다! 2>. 이 책은 윤보원 선생님이 그림을 그렸고 최현명 선생님이 글을 썼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중에 고기를 좋아하는 수달, 삵, 호랑이, 여우, 족제비,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 '킁킁이'가 나온다. 킁킁이가 앞서 언급한 일곱 동물 친구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을 읽는 이에게 알려준다. 

 

구수한 사투리의 수달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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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이가 수달아줌마를 만난 장면
ⓒ 보리
킁킁이가 간다!2

책의 첫 장면에서 킁킁이가 동물 친구인 생쥐와 함께 섬진강에서 물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헤엄을 잘 치는 수달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수달이 바위 위에 똥을 누고는 강으로 풍덩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킁킁이와 생쥐가 "똥똥 누구 똥 비린 냄새나는 똥 어디 어디 눴나 바위 위에 눴지!"라는 노래를 부르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춤을 춘다. 노래 소리를 들은 수달이 킁킁이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아, 난 킁킁이. 그러는 댁은 누구?"

"워메, 노래를 참말로 잘하는구먼. 나는 수달 아줌마여."

"헤헤, 수달 아줌마 어디가요?"

"물고기 잡으러 가제."

"야, 재미있겠다. 같이 가요!"

"자, 내 꼬랑지 꼭 잡아라잉!" (본문 9쪽)


천천히 읽어보니 수달 아줌마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고 있다. 수달 아줌마의 사투리 덕분에 책이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니 아이들은 수달 아줌마와 킁킁이 말투가 재미있다며 깔깔 웃는다. 책 속에는 수달이 무엇을 먹는지, 어디서 사는지, 태어난 새끼는 어미에게 무엇을 배우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코 후비는 킁킁이, 참 귀엽네

 

킁킁이가 수달 다음에 만난 동물은 삵이다. 그런데 킁킁이가 삵을 만났을 때는 꼬무락거리면서 코를 파고 있었다. 그래서 킁킁이 동물친구인 생쥐가 킁킁이에게 한 마디 한다.


"거참, 그만 좀 후벼. 다 후볐냐?"

"응, 시원해." (본문 20쪽)


이 내용을 읽어 주니 아이가 막 웃는다. 여섯 살 막내도 손가락으로 코를 잘 후빈다. 자기처럼 행동하는 아이가 책에 나오니 재미있고 웃긴 듯하다. 그런데 코 후비는 킁킁이 바로 뒤에 있던 삵이 킁킁이 머리를 잡으며 확 덤빈다. 킁킁이 머리에 있던 생쥐는 깜짝 놀라서  아기 삵에게 따진다.


"소리도 없이 나타나면 어떡해! 놀랐잖아."

킁킁도 아기 삵에게 묻는다.

"아기 고양이인가 봐."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삵이에요. 엄마가 사냥할 때 소리없이 다니라고 그랬어요."

"근데 왜 혼자야?" (본문 20쪽)


킁킁이가 아기 삵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아기 삵의 어미는 차에 치어 목숨을 읽었다고 한다. 킁킁이는 아기 삵의 홀쭉한 배를 보자 아기 삵이 불쌍했다. 그래서 아기 삵에게 어미에게 배운 대로 차근차근 사냥을 해보라고 한다. 그림책 속의 삵과 고양이는 진짜 모습이 많이 닮았다. 삵은 귀가 뾰족한 고양이와 달리 귀 끝이 뭉툭하다. 그리고 꼬리도 가늘고 길어 바깥으로 말린 고양이 꼬리와 달리 솜방망이처럼 안으로 꼬리가 말려 있다.

 

킁킁이가 걱정을 했던 책 속의 아기 삵도 어느 새 자라서 사냥 기술도 익히고 물가의 새도 잘 잡는 멋진 삵이 됐다. 그래서 킁킁이의 도움이 필요 없어진다.

 

1년에 28마리 맷돼지 사냥하는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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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이가 다음에 만난 동물은 바로 호랑이. 그런데 호랑이 내용 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바로 호랑이는 하루 6kg의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 1년 동안 100kg 짜리 멧돼지를 28마리나 먹는 셈이란다. 대단하다. 그렇게 고기를 많이 먹으려면 매일 사냥하느라 호랑이가 너무 바쁠 것 같다. 게다가 어린 호랑이까지 먹여야 하는 어미 호랑이는 얼마나 많이 사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미 호랑이는 사냥하느라 고생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고기 먹는 동물에 대한 자세한 학습 정보도 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만화책과 같은 재미도 준다는 것이다. 킁킁이와 동물들이 하는 대화는 꼭 만화책처럼  재미있다. 이런 구성 덕분에 우리 집 여섯 살 막내도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도 키득거리면서 재미있게 책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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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각시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10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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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각시 책표지 보리출판사 <잉어각시>
ⓒ 강정민
보리

 

"아빠, 이 책 읽어 줘. 읽어 줘~."

 

여섯 살 막내가 남편에게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성화다. 누워 있던 남편이 마지못해 일어나 앉았다. 남편은 책을 한 참 읽어 주더니 갑자기 내게 묻는다.

 

"당신, 이 책 읽어 봤어?"

"응. 왜?"

 

"이 책 굉장히 혁명적인데. 숯장수가 임금을 쫓아내잖아."

"혁명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

 

"요즘시대에도 정권을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왕조시대에 숯장수가 임금 쫓아낸다니 정말 혁명적이네."

 

남편이 아이에게 읽어준 책은 <잉어각시>다. 보리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그림책 <잉어각시>는 홍영우 선생님이 그림도 그렸고 글도 썼다.

 

홍영우 선생님이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책을 살펴보았더니 생각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선생님은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셨다. 어릴 적에는 건강이 안 좋아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내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 스물이 넘어 우리 글을 배우게 되셨다. 지금은 우리 동포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고 계시다. 직장인이라면 벌써 은퇴할 나이지만 선생님은 활발하게 아이들을 위해 책을 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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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각시> 동네 아이들에게 감자떡을 주고 잉어를 받은 모습
ⓒ 강정민
잉어각시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마음씨 고운 숯장수 총각이 있었어.

어느 날 장터에 숯을 내다 팔고 돌아오는데

강가에서 아이들 여럿이 떠들썩해.

커다란 잉어를 낚았다고 좋아서 야단이야." - <잉어각시> 중에서

 

본문을 읽으면 홍 선생님의 글을 특징을 금방 알 수 있다. 말이 입에 찰싹 감긴다. 입말로 글을 써서 글이 술술 잘 읽히는 것이다.

 

마음씨 착한 숯장수 총각은 동네 아이들에게 잡힌 잉어의 슬픈 눈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장터에서 사온 감자떡을 주고 잉어를 받아 온다. 집에 돌아온 총각은 잉어를 물독에 넣어주었다.

 

다음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총각은 얌전하게 차려 놓은 저녁상을 보고 놀란다. 며칠동안 이런 일이 계속되자 누가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총각은 일을 안 나가고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다. 날이 어둑해 지자 물독 속의 잉어가 처녀로 변해서 저녁을 차리는 모습을 총각이 보게 되었다.

 

총각은 다시 물독으로 들어가려는 처녀를 잡아 같이 살자고 했다. 하지만 잉어각시는 용왕님의 딸로 지금 벌을 받는 중이라고 했다. 사흘만 더 참으면 사람으로 변한다고 기다려 달란다. 결국 며칠을 참고 사람이 되어 둘은 신랑각시로 같이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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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각시 임금님이 잉어각시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보는 모습
ⓒ 강정민
잉어각시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찌 전개 되려나 뒷장을 미리 넘겨 보았다. 분명 이 둘을 시샘하는 못된 양반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순박하고 마음씨 좋은 총각이 착한 일을 하여 예쁜 각시를 얻어 행복하게 사는데 욕심 많은 양반이 색시를 빼앗고 싶어서 심술을 부리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이야기이다. 이런 경우 지혜로운 각시의 도움으로 욕심 많은 양반의 심술을 슬기롭게 벗어나는 것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잉어각시> 이야기에서는 각시를 빼앗으려는 심술궂은 양반이 바로 임금이다. 이러 저런 내기에서 숯장수 에게 진 임금은 각시를 빼앗고 싶은 마음에 결국 군대까지 동원한다.

 

하지만 결국 숯장수가 임금님의 군대를 물리친다. 어떻게 숯장수가 군사를 물리치고 새 임금이 되었는지 그림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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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각시 숯장수와 잉어각시가 임금이 왕비가 된 모습
ⓒ 강정민
잉어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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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제 해법수학 5-1 - 2012
해법수학연구회.최용준 지음 / 천재교육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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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학은 삼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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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겁다 창비시선 339
고광헌 지음 / 창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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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신문사 사장이 시집을 냈단다. 사건을 쫓는 기자였던 사람이 시집이라니. 어째 어색하다. 국문학을 전공한 걸까? 고광헌 한겨레신문사 전 사장이 쓴 시집 <시간은 무겁다>를 펼쳐 글쓴이 소개를 찾았다. 그런데 그는 국문과 출신이 아니다. 체육학과를 졸업했단다. 의외다. 체육학과, 신문기자, 시인 이 세 단어가 연결이 잘 안 된다. 궁금하다.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거쳐 경영자가 되고 또 시인이 된 고광헌 시인이 쓴 시가.

 

 

"아버지, 읍내 나오시면 하굣길 늦은 오후 덕순루 데려가 당신은 보통, 아들은 곱빼기 짜장면 함께 먹습니다. 짜장면 먹은 뒤 나란히 오후 6시 7분 출발하는 전북여객 시외버스 타고 집에 옵니다...

 

어머니, 읍내 나오시면 시장통 국숫집 데려가 나는 먹었다며 아들 국수 곱빼기 시켜줍니다 국수 먹인 뒤 어머니, 아들에게 전북여객 타고 가라며 정거장으로 밀어냅니다. 당신은 걸어가겠답니다.

 

심술난 중학생, 돌멩이 툭툭 차며 어머니 뒤따라 집에 옵니다." - 22쪽 '정읍 장날'

 

숨이 턱 막힌다. 따스한 아버지 사랑과 대비되는 어머니 사랑. 어머니는 왜 그러셨을까? 중학생 아이가 어머니를 앞에 두고 홀로 국수 먹기가 쉬웠을까? 왜 어머니는 자식 체면은 생각해 주지 않으셨을까? 어머니 사랑의 지독함은 당신을 완전히 헌신하지 않으면 자식을 온전히 키워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머님은 왜 그러셨을까?

 

"쌀 없는 저녁 밥상 차리러

봄나물처럼 달려오던 어머니

지금도

어머니의 싱싱한 달리기 이길 수가 없네"

-16쪽 '어머니의 달리기'

 

"앞집 굴뚝 밥 짓는 연기 오를 때" 어머니는 자식에게 봄나물로 밥상을 차려주러 집으로 달려오셨다. 어머니의 달리기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왜냐면 배고파 기다리고 있을 자식 걱정에 누구보다 빨리 달려오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빈한한 생활 속에서 자식을 온전히 키워내려고 고군분투하시느라 아들 체면을 생각 할 여유가 없으셨다. 결국 '정읍 장날' 중학생 아들은 홀로 버스 타고 가라는 어머니의 불편한 사랑을 따르지 않는다. 어머니의 헌신과 지독한 사랑에 눈물이 맺혔다.

 

진지하고 반듯한 삶을 살아 왔을 것 같은 시인은 자신이 답답했던 걸까? "겁에 질린, 취하지 못하는" 제목의 시에서 취하지 못하고 살았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늘 저만 서럽고 저만 불쌍하고 저만 용서하며 살아온

속살이 드러날까 겁나

육신과 영혼이 취하지 않으려고

동맹을 맺고 있는 것 아닐까"

- 45쪽 '겁에 질린, 취하지 못하는'

 

반듯하게 살아왔을 거 같은 시인도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후회가 된 날이 있었는가 보다. '취하지 않는' 삶 역시 잘나서 택한 게 아니라 못난 것을 들킬까 봐 어쩔 수 없이 택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또한 "육신과 영혼이 동맹을 맺고" 있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시인은 용산참사 구속자 석방을 위해 일인시위를 하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모습을 뵙고 '한열이 어머니'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오늘 스물한살의 아들들은

드넓은 유월항쟁을 검색하는데

늙지도 못하고, 어머니

덕수궁 앞 뙤약볕 아래 앉아 계신다


최류탄에 죽은 아들의 어머니가

오전엔 용산에서 오후엔 시청 앞

아지랑이 흐느끼는 불볕 거리에서

쉰 목소리로 노래 따라 부르신다." 

- 98쪽 '한열이 어머니'에서

 

젊은이들은 유월항쟁을 방에 앉아서 검색할 뿐인데, 일흔이 넘은 어머님은 늙지도 못하고 아직도 아들이 죽었던 해, 마흔 아홉 살처럼 오전엔 용산에서 오후엔 시청에 앉아 계신다. 늙어도 쉴 수가 없다.

 

이젠 '나 같은 늙은이는 뒤에서 구경만 하고 훈수나 두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인은 마지막 문장에서 "염치없는 못나 빠진 놈"들인 우리 스스로를 자책 한다. 그렇다. 어머님 스스로 집에 앉아있지 못하게 우리들이 만들었다. 최류탄에 맞아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숯가슴이 된 어머님의 마음을  우린 아직도 조마조마 하게 만든다. 그 숯가슴 하나 마음 편히 쉬지 못하게 한다. 너무 죄송하다.

 

시집 속 여러 편의 시에서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을 보았다. 시인이 그려낸 어머님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정읍 장날" 중학생 아이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두고 있다. 부족하지만 내 마음에도 시인의 어머니와 비슷한 모습이 있다. 그래서 어머니의 불편한 사랑이 가슴 아프고 또 이해가 되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자식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시인의 어머님은 그 사랑을 그려 낸 아들이 있어 행복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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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없는 사람들 - 또 다른 용산,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평화 발자국 8
김성희 외 5인 글.그림 / 보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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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사유제는 노예사유제와 마찬가지로 노동을 하지 않고 이득을 취합니다." 헨리 조지.-<떠날 수 없는 사람들> 34쪽  


보리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만화책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읽으며 나는 이 문장을 곰곰히 생각한다. 토지사유제와 노예사유제는 어떤 점이 비슷한 것일까? 노예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제도이기에 현대사회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금지 된 노예제가 지구상의 많은 나라에서 인정하는 토지사유제와 비슷하다니. 생각지도 못한 주장이다. 책을 읽는 내내 토지사유제에 대해 생각했다.

 

철거반이 들이 닥친다. 사춘기 여학생이 엄마와 살고 있는 용산 신계동 집에. 마트에서 일하던 엄마는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달려온다. 도착해 보니 이미 집은 형태를 잃고 무너져있다. 부서진 벽과 그 아래 깔린 여학생의 물건으로 엄마와 여학생이 살던 집 위치를 알려줄 뿐이다. 엄마는 사춘기 딸이 이 처참한 모습을 보는 것만은 막고 싶었을 것이다.

 

딸에게 연락을 한다. "정아야, 지금 집에 일 났으니 오면 안 돼!" 엄마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사람의 존재를 가벼이 여기는지 아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을. 그걸 보고 아이가 세상을 어찌 웃으며 살아갈지 엄마는 무서웠을 것이다.

 

철거반이나 건설회사나 조합이 보기엔 공사를 지연시키는, 한시 바삐 부셔버려야 할 집이지만, 그 집엔 한 여학생이 아끼는 옷과 아이가 공부하던 교과서 그리고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 있다. 그런 소중한 것들이 모두 다 박살났다.

 

그 날 밤, 엄마는 아이를 안고 어느 지붕 아래에 깃들었을까? 그리고 아이에게 처참한 일을 어떻게 설명하고 위로했을까? 엄마는 또 얼마나 얼마나 아이에게 미안했을까? 그 처참한 기억의 땅인 용산 신계동엔 지금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혹시 내가 사는 아파트도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지는 않을까? 적어도 가슴 아픈 땅에 지어진 아파트를 사는 행동을 나는 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런 비인간적인 철거가 우리네 건설현장에서 없어지지 않을까?

 

용산참사의 원인이 경찰특공대의 무자비한 진압에 있다고 비판을 하면서도 용산에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을 부러워했다면 나 역시 용산참사의 동조자가 아닐까?

 

멋진 아파트에 당첨이 된 것을 축하하고 부러워하는 내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나와 같은 소비자에게 아파트를 빨리 만들어주려고 무자비한 철거를 자행하는 건설회사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해가 지면 아이들이 돌아와요. 이 천막도 집이라고 잠을 자러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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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을 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고양시 일산 덕이동 재개발로 가구점과 살림집이 철거된 김명자씨 이야기다.

 

김명자씨는 콱 죽어버리고 싶은데 이대로 잠들어서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고 싶은데...... 해가 지면 아이들이 돌아온단다....... 이 천막도 집이라고....... 상처투성이인 엄마 곁으로 세 아이들이 돌아와 잠이 자니 엄마는 자기 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엄마는 계속 말을 잇는다.

 

재판 받는데 그러더군요. 언제까지 할 거냐, 아이들 장래는 생각 안 하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검사님, 아이들 키우시죠? 제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겁니다. ........ 이 세 아이들의 망가진 시각은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억울하게 살다가 죽는 게 맞는 거라고 할까요?"........저도 넓은 길, 좋은 건물 좋습니다. 그럴거면 제대로 된 대책으로 제대로 보상하고 이주할 수 있도록 해 놓고 개발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이 개발 악법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내 아이들, 그 다음 세대에도 끝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것이 제가 투쟁하는 이유입니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  99쪽

 

집 값이 오르고 땅 값이 오른다...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김명자씨가 가구점을 열 때 귄리금과 시설비가 들었다. 그런데 재개발하면서 김명자씨가 들인 권리금과 시설비에 대해 보상은 커녕 이주비까지도 집주인이 홀랑 가져가 버렸단다. 사유제산제가 중요한 자본주의 나라이니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조합의 생각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거만큼 시설비나 권리금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소유권은 인정을 안 하면서 왜 토지소유권만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인정이 하는 것일까? 토지사유권만을 철저하게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이 생긴다.

 

결혼 육 년차 때, 나는 처음으로 아파트란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 때 이사 한 아파트가 가락시영아파트. 전셋값이 싼 낡은 오층짜리 아파트였다. 그곳에 살면서 매매가가 1억5천 하던 15평 아파트가 단 2년 만에 얼마나 오르는지 똑똑히 지켜보았다. '재건축'이 아파트 값을 올리는 것을 확실하게 학습했다.

 

그 뒤론 5층짜리 아파트만 보면 "이런 거 돈 있으면 사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돈은 없었지만 나는 5층짜리 아파트의 구매후보자였다. 책을 읽고 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집값이 오르고 땅값을 오르는 거였다. 나 또한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 눈꼽만큼일지라도 나에게도 책임은 있다.

 

5층짜리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내 돈 안들이고 정부 돈도 안 들이고 새 아파트를 얻는 기존 정부정책 때문에 만들어진 사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식의 재건축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부가 어떤 이유로 땅투기를 부추겨 왔는지 강남이 어떤 목적으로 개발됐는지 알게 됐다.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폭력적인 철거가 일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강제퇴거금지법'은 국회에 입법 발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책은 전한다. 무엇 때문인가? 누구 때문일까?

 

그리고 이 법을 통과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있다. 이 책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살던 용산>부터 이번 책까지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고집스런 만화가들과 출판사의 노력이 그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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