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은희경 작가님의 '새의 선물'.

 

직전에 읽었던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란 책이 인상적이어서 그 전작으로
주인공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새의 선물'을 손에 들었다.

 

1995년이라는 까막득한 시절에 '문학동네 제1회 소설상 수상작' 이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처음'이라는 말과 함께 이 소설로 등단을 하셨다니
조금은 초기 작품답게 풋풋한 느낌이나 아쉬운감이 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걱정도 품었으나, 첫 페이지를 넘김과 동시에 그런 걱정은 잠시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외할머니에게로 맞겨진 한 소녀의 12살 시기의 성장기?-에필로그에서 '12살에 나의
성장은 멈추었다' 라고 하니 성장기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를 다루고 있다.
외할머니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가족들을 관찰하면서 보여지는 나와 진실의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주변 인물들을 분석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일찍부터 헤아릴 수 있게 된 소녀는 항상 안쓰러운 눈으로 보살펴 주시는
할머리를, 사랑 받고 자란 철 없는 이모가 사랑을 통해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며,
남의 이야기 하기를 즐기며 헐뜯으려고만 하는 장군이네 엄마를 통해, 관음증이
있는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나 이미지로 시작된 사랑의 '진실'이 밝혀졌을때의
현실과 거짓의 중간이 어디인지에 대한 통찰을 하는 소녀의 독백들은 참으로 진실
하면서 95년대 시대의 작은 시골 동네의 이야기였지만 소녀의 성장이 12살에
멈추어버린것과 같이 우리네 생활도 변함없이 언제, 어느곳에서든 그 시대의
일상들을 시대와 사람만 달라졌을뿐,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복되고 변화가 없다라는 현실에 지루할법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그 반복됨으로, 그 누군가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아 가고 있다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건, 참으로 인간의 마음'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나도 나를 모르듯이

문장 하나, 단어 하나 하나까지 어린 소녀가 느끼고, 생각해 내기에는 너무도 벅차
보이게만 하는 이야기여서 어두울것도 같지만 소녀의 명랑함이 항상 같이 공존
하고 있기에 답답하지 않고, 우리가 감추려고만 하는 진실을 꺼내 보여주는거 같아
속 시원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나의 문장이고 하나의 이야기였지만 동전-인간-의 앞,뒤면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은희경 작가님의 문장에 반해버리고도 남을 책!

 


대체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p-322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천천히 잊혀져 갔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일도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것 역시 너그러운 세월에 의해 그런대로 익숙
해지게 되었다.  p-348

 


삶도 그런것 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 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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