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하늘
크리스틴 뢰넨스 지음, 박종윤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흔히 쓰는 표현으로는 '암걸릴 것 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지독한 답답함 등을 느낄 때 쓰는 표현인데, 딱 이 소설에 걸맞는 표현이다. 진짜 암걸릴 것 같다. 그게 재미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 그 몰입감, 주인공을 관찰할 때 느껴지는, 보다 옳은 인간의 판단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행하기 때문이다.

 

 때는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이다. 나치즘의 확산과 히틀러의 집권으로 세상은 조금 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바뀐 세상에 던져진 소년은 히틀러의 세뇌 교육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민족 우월 주의에 젖어 살게 된다. 히틀러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준비가 된, 그런 병사로 자라나게 되버린다. 그리고 전쟁 중, 큰 상처를 입고 장애인이 되어버린 그는 마음 속으로 갈등하게 된다. 우월한 민족이지만 괴상하게 변한 자신의 겉모습은 전혀 우월하지 않았고, 존경해 마지 않았던 히틀러는 겁쟁이처럼 자살해 버렸다. 그리고 뒤늦게 유대인 학살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부모가 벽장 속에 숨겨둔 여자를 보게 된다. 자신은 우월한 독일인, 그 여자애는 열등한 유대인. 그리고 이곳은 자신의 집 벽장. 남자는 여자를 완전히 자신의 소유물이라 여기고 집착을 한다. 자기가 주무를 수 있는 그 제한된 공간만큼은 자신은 다시 완전하고 우월한 독일인이 되는 것이고 나아가 흉측한 겉모습 마저 완전히 지울 수 있는, 그에게는 우월감을 주는 공간이였던 벽장. 그 우월감에 도취되어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집착한다. 일방적인 관계와 거짓말의 연속으로 그는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하며 그 여자를 구속한다.

 

 치명적인 심리소설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어린시절 히틀러의 세뇌에 당한 남자는 그런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우월감을 회복하기 위해 벽장이라는 공간을 영구적으로 지속시키려하고 위태로운 그 공간을 위해 거짓말로 벽을 만들고 모든 정보를 차단한다. 지독한 집착의 끝은 결국 스스로를 붕괴시키고, 그녀의 사랑을 원하지만 우월한 종족임에도 사랑받지 못함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 하는, 그 어떤 점도 우월하지 않은 보통의 인간이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인간의 말로. 결국 그는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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