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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발견 - 물건이 아닌 의미를 파는 법
최장순 지음 / 틈새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본글 : https://blog.naver.com/rockair73/222038549996
한동안 뜸했던 도서 리뷰를 하기 위해, 예전에 활동했던 업체에 문의를 하였습니다. 거의 1년이 넘도록 리뷰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가 아직도 서평단을 운영하는지 미지수였지만, 마지막 중단 요청을 보냈던 계정으로 메일을 보냈고, 별다른 답장 없이 지난주에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의미의 발견"이라는 도서의 서평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고, 별도 메일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특별히 받은 메일도 없어서 긴가민가 한 상황에서 월요일에 택배로 책을 전달받았습니다.
저자는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으로 보였고, 이 책 외에도 2권의 전작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생산한 유형, 무형의 재화를 판매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마케팅이라는 영역이 그리 익숙하지 않지마는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 보면,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요즘 같은 불황의 시대에는 남과 다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을 했고, 이걸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브랜드에 의미를 더해야 한다는 결론. 결국 개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의미를 드러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 시험 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존감의 추락, 결국 세상엔 나 혼자라는 생각에 몹시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도 마음의 짐이기는 하고, 결국 결론은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인데, 그게 생산적인 활동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책은 다섯 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의미의 시대, 의미의 차원, 의미의 이동, 의미의 확장, 의미의 시대
도입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책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브랜드 이야기들은 모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미의 획일화'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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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어떻게 획일적으로 조직되는 걸까? 소수의 언론에서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가 답이다"라고 몇 번 떠들면, 어째서 모든 인식이 '가성비'로만 향하는 걸까? 어째서 "가성비도 끝물이다. 가심비다"라는 주장이 주입되면, 기존의 인식을 그리 쉽게 내팽개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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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대중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열심히 정보를 찾고 소통하며 정보를 취사선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의미의 생산자'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의미의 생산자로 자처하는 그 순간에도 뒤에서 의미를 획일화 시키는 언어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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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획일화는 '다른 관점과 입장도 타당하다'라는 당연한 상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새로운 해석을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다.
의미의 획일화, 더 이상 생각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저자는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시작부에 공사장에서 일하는 세 명의 석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크리스토퍼 렌이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공사장에서 만난 세 명의 석공에게 "뭐 하고 계십니까?"라고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각각 돌아온 대답은 "돌을 자르고 있습니다", "하루에 5실링 2펜스를 벌고 있습니다", "저는 크리스토퍼 렌을 도와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같은 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 이 일화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회자되고 있다는데요. 깊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게 제가 느낀 점입니다.
첫 번째 장인 의미의 시대에 포함된 아래 사진은 출판사에서 올린 사진을 다운로드해서 올린 것입니다. 책에 포함된 사진인데, 구글링을 하면 철자 오류를 안내하고, 검색은 마침 출판사에 올린 사진만 되네요. 아무래도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사진작가의 이름인 것 같은데.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작가는 물어보고 있습니다. 아무런 부연 설명이 없다면, 얼굴에 파리가 붙어있어서 무척 불편해 보입니다. 이게 제가 받은 첫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사이족에게 파리가 꼬인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라고 하네요. 반유목 생활을 하기 때문에 소와 양을 중요시하고, 소와 양을 기른다는 것은 부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파리가 꼬인다고 합니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진이었습니다.
두 번째 장인 의미의 차원에서는 노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마트의 PB 상품 브랜드 중의 하나인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표제를 가지고 있는 상표입니다. 제품 자체에 충실하여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출시된 제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소비하는 제품 중에 노브랜드 제품이 많습니다. 그런데 노브랜드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식료품과 생필품 중에서 가성비가 좋은 상품이 많은 것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저자가 노브랜드의 예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브랜드를 파괴하는 개념으로 시작된 노브랜드도 그 자체로 브랜드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성비는 흔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아니라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만이 가성비가 좋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아니라 가성비다"라는 표현이 성립되는 건 아니다. 이 표현은 비문(非文)이다. 가성비와 브랜드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성비는 제품 차원의 브랜드가 지닌 속성 중 하나다.
세 번째 장인 의미의 이동에서는 의미 맥락의 이동 사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본에 진출한 네슬레는 초기에 성공적인 안착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차 문화에 길들여진 일본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네슬레는 전략을 수정하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커피 맛 디저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잠재적인 고객층을 공략하는 것이죠. 문화에 대한 흡수가 빠르고 거부감이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커피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죠.
내 상품의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땐 과감히 의미의 맥락을 바꿔라. 자기 정체성을 고집하여 지나치게 표면적 일관성을 내세우지 말자. 본질을 잃지 않되, 시장과 소비자에 따라 유연하게 형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다가 파본인 줄 알았습니다. 뒤집혀서 인쇄가 되어있어서요. 이후 뒷부분에도 이런 형식의 배열이 있습니다. 만약 저 부분이 뒤집히지 않고 원래의 위치로 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책의 의미를 강조하는 배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책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아무래도 머릿속에 더 생생하게 남을 것 같다는 것이죠.
네 번째 장에서는 의미의 확장을 이야기합니다.
빼어난 마케터라면, 이때 명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상대에게 실용주의적 차원의 이야기로 반격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응. 이거 하나 사면, 품질이 워낙 좋고 오래 쓸 수 있어서 자주 구멍이 나는 싸구려 가방 10개 사는 것보다 나아. 그렇게 따져 보면 훨씬 싸게 주고 산 거야"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했다고 해서 마케팅이 끝난 건 아니다. 브랜더와 마케터는 구매 이후에도 상품 구매를 지속적으로 정당화해 줄 수 있는 다른 차원의 명분을 다각도로 개발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 의미는 획일적인 것이 아니고, 개개인에게 각자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그런 의미의 확장이 가능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를 했습니다.
다섯 번째 장은 의미와 시대라는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1991년 LA에서 발생한 대규모 흑인 폭동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시내의 건물들이 불에 타버린 상황에서, 다섯 채의 빌딩만 온전히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다섯 채의 빌딩의 공통점은 모두 맥도날드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사회학자들의 인터뷰 결과, 맥도날드는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농구장을 설치해 주고, 수년간 수 백 잔의 무료 커피를 흑인 노숙자들에게 나눠줬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결국 흑인들에게 맥도날드는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것입니다.
스토리는 전달하면 '스토리텔링'이 되지만, 실천하면 '스토리 두잉(Story Doing)'이 된다. 스토리 두잉 이 있어야 스토리는 공유되고, 이 과정이 지속되면 기업의 실천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DNA로 뿌리내린다. 특별한 관계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크건 작건 경험할 수 있는 액션 프로그램이 지속돼야 스토리는 사실이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기 본질에 입각한 공동체 기여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시대에 부합하는 의미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브랜드에서 힘을 빼고 개인 소비자에 맞춰 유연하게 관리하면 할수록,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권은 강화될 것이고, 브랜드가 제안하는 다양한 가치는 공동체의 삶에 더욱 내밀하게 흡수되어 삶의 다양한 의미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오랜만에 수험서가 아닌 책을 읽었습니다. 청개구리 심보인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집니다. 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