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엠러브
원제는 Io sono l'amore...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에 씨네큐브라는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작고 깔끔함이 인상적인 극장에서... 이런 곳도 있구나... 이런 데도 와보는구나... 웬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난 너무 문화생활과 멀게 살아왔군... 쩝... 괜히 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극장 뿐만 아니라 영화 또한 예술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이태리를 배경으로 하고 이태리 음식이 나오며 음악이 멋진... 미쟝센이 좋은 영화라 하여... 꼭 보고 싶었다.
같이 영화를 본 유선배 왈... 드라마가 아닌 시로 봐야 하는 영화도 있다.
음... 그래서... 왜?... 왜 그렇게까지... 그게 가능해?... 하는 식의 나의 의문들이 일순간에 꺼졌다. 그동안 난 왜 모든 픽션을 현실, 혹은 나의 가치관에 껴맞추어 이해하거나 이해못하거나 하는 이분법 잣대로만 평가해왔을까... 그래서 이해못함은 곧 싫어함으로 연결시켜왔을까...
그리고 영화를... 아니 예술을 대하는 또하나의 시각을 갖게 된 듯 하다. 앞으로는 영화나 음악이나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창작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여봐야겠다. 그럼 좀 더 풍요로운 나가 되어 가겠지...
신데렐라는 정말 행복했을까? 라는 주제를 왜 글쓰기 주제로 적어놨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런데 어제 본 영화와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주인공 엠마는 러시아출신으로 이태리 부유층에 시집와서 누가 보기에도 완벽하고 격조있고 우아한 모습이다. 그런 그녀가 아들의 요리사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고로 아들이 갑자기 죽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
어찌보면, 엠마가 신데렐라의 원형으로 보인다.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했다. 엠마도 아들의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단지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는, 그것이 아들의 친구라는 사실이 중요해보이지는 않는다. 어디에서 누구와 있던 진짜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삶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들의 친구를 사랑한다는 엠마의 말에, 남편은 "당신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하고 떠난다. 나도 누군가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된다. 그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으면 좋겠다.
엠마가 떠나려 할때, 집안일을 도와주던 유모만이 매우 슬퍼한다. 서로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을 때 희노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인가... 혹은 이해관계가 없거나... 혹은 가족이 아니거나...
레즈비언인 딸은 엄마를 이해해 주는 듯 하다. 인생을 경험한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오늘 읽은 책, 카네기멜론 랜드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에 이런 문구가 있다.
경험이란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을 때 얻어진다...
그럼 나는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