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한 카피라이터의 인생 30년을 단 몇시간만에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독서가 주는 이로움중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도 잠깐 나오지만, 지은이 정철이라고 해서 어학원 광고에서만 봤던 이름이라, 생소했던 저자.

하지만 알고보니, 너무나도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그 유명한 카피들의 창조자였다니...

책의 프롤로그에 제목은 이렇다.

'책 한권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렇다. 약 350페이지의 내용이 모두 그냥 허투루 읽고 지나갈수 없는 주옥같은 글들이었으며, 모든 내용이 몇번이고 다시보고싶은 글들이었다.

책은 기승전결로 전개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글쓰기 스킬에 대해 나열하고 하나씩하나씩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것도 모든 내용이 사례중심으로 되어 있기때문에, 내 머릿속 구석구석에 아주 편안하게 자리잡게 해준다.

읽다보면 '어? 어디서 본 글이네?' 하며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던 광고글, 소개글, 헤드라인들이 다시 떠오르게 되는 것은 이 책이 독자로 하여금 매우 읽기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장점중 하나이다.

두번째 장점은 그냥 글 쓰는 법을 소개할뿐 아니라, 독자에게 숙제를 줌으로써, '자 이렇게 하는거니까 한번 따라와봐' 하고 마치 친절한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숙제를 따라 해 봤다.

숙제 1 : 깍둑썰기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축구에 열광하고, 축구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기도 합니다 / 이에 못지 않게 우리나라도 축구를 좋아합니다 / 하지만 경기장을 직접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즐기는 일에는 무척 소극적입니다 / 축구팬들은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를 계속 외면합니다 / 결국 우리나라 축구는 10년후에도 100년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대한민국 함성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팔짝팔짝 뛰던 2002년 4강신화를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워하고만 있을 것입니다 /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K리그 경기장을 찾아 가세요 /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세요 / 대한민국 축구는 당신이 보여준 관심의 크기만큼 경기력이 올라갈 것입니다 / 월드컵에서는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3문장의 글이 10문장으로 나눠지니 좀더 보기 간결하다.

숙제 2 : 지우개

유럽이나 남미에서의 축구 인기는 굉장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축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일에는 소극적입니다. 축구팬들은 K리그를 외면합니다. 결국 우리나라 축구는 100년후에도 2002년의 4강신화를 그리워하고만 있게 될것입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가세요.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세요. 당신의 관심만큼 경기력이 올라갈 것입니다.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입니다.

중복되는 단어들, 군더더기같은 수식어들을 빼니 훨씬 담백해졌다.

숙제 3 : 도둑질

 

'명량' 헤드라인을 써 봤다.

역사는 바꿀수 없습니다.

'명량'처럼.

숙제 4 : 죽쒀서 남주지 말기

(벨소리)띵똥

(문을 열며) 늦게 오셨네요

(파란 유니폼을 입은 AS기사가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며)이거 다하고 시계도 봐드릴게요

(벽시계가 고장 난 것을 안 주부)어머, 우리 시계가.

(AS 기사가 갤럭시 핸드폰으로 시간을 맞춘다

삼성하면 블루칼라와 갤럭시면 충분하지 않을까...

사실 쉽게 읽고싶으면, 금방 읽을수도 있었는데, '내 머리를 사용'하며 읽다보니 생각보다는 읽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만큼 고민하며 읽은 책이니 머릿속에 몇가지는 남지 않을까 생각든다.

단어 한마디로 기업이미지가 만들어진 대표적인 기업 '풀무원'

풀무원 = 바른 먹거리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슬로건인데, 바로 이 슬로건을 저자인 정철 님께서 만든것이라고 한다.

바른먹거리 캠페인을 통해 만든 풀무원의 기업이미지는 실로 대단하다. 책의 내용처럼, 집착이 선점을 만든 가장 훌륭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이 외에도 책에는 많은 사례와 문구가 소개되고 있어, 일일이 다 기록하고 싶지만, 어차피 기록보다는 내 머릿속을 한바퀴 순환한 다음 나오는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니..차라리 빠른 시간내에 복습겸 책을 다시한번 봐야겠다.

단어 하나 선택으로도 큰 변화를 줄수 있다. 글은 그냥 손 가는대로 쓰는 것이 아닌, 대상을 이해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알아야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SNS로 소통하는 시대에 이 책은 광고 종사자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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