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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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너무나 당연한 치타의 모습을 담담히 말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그 뒷장을 넘기게 되면 너무나 당연히 여겼던 치타의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네가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멋지다."

하지만 치타는 동물원 우리에 갖혀 이렇게 쓸쓸하게 대답한다.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렇게 달려 보지 못했거든."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동물, 쇠홍학.'

쇠홍학이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간다. 이 모습 또한 쇠홍학의 당연한 모습이다.

"너는 먹이가 많은 호수를 찾아 한번에 몇 킬로미터씩 날아가는 구나."

하지만 우리는 쉽게 동물원에서 볼 수 있었던 쇠홍학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함을 깨닫는다.

"여기서는 먹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그래도 가끔 날고 싶긴 해.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날 수 없지만."


책은 계속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 속의 동물들의 삶과 동물원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책에선 열 가지가 넘는 동물들의 삶을 보여주지만
책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모든 페이지를 올리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몇가지 동물들만 간추려 보았다.



'파도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동물, 돌고래.'


너는 어쩜 그렇게 똑똑하니?
조련사 말을 척척 알아듣잖아.
너희만의 말이 있어 서로 얘기도 나눈다며?

친구랑 나는 늘 이런 말을 해.
바다가 그립다고.





얼음 들판 위로 떠도는 동물, 북극곰.


너는 원래 추운 북극에 산다면서?
때때로 먹이를 찾아 눈보라도 헤치고 말야.

추운 북극? 눈보라? 기억이 나질 않아.
근데 여긴 너무 덥다.



함께 노래하고 사냥하는 동물, 늑대.


너는 가족이랑 함께 다니면서
숲이 울리도록 울부짖는다며?
그 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리는 거고.

가족이랑 함께 노래하면 쓸쓸하지 않겠지?





바람처럼 달리지도, 해처럼 솟아오르지도.

산 위로 바다 위로 뛰어오르지도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동물들이 서로를 본다.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알고 있니?
'콘도르'란 말은 잉카 말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란 뜻이래.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물원'에 간다.
게다가 우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는 의식도 없이 우리 안에 갖힌 동물들에게 선심 쓰듯이 과자를 던져주고, 소중한 추억이라며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동물원 관람을 하며 그 동물들에게 이런 마음을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추억과 우리 아이의 배움과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이까짓 것 쯤은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 말이다.

차가운 쇠창살에 갇힌 동물들은 이렇게 이기적이며 교만한 인간의 모습을 어쩌면 비웃듯이..
아니.. 오히려 우리 인간을 더 불쌍히 여기듯이.. 바라 본다.
동물들이 서로를 본다. 우리 안에서, 우리 밖에서..

우리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8살의 눈으로도 충분히 동물들이 자유를 빼앗겼음을 이해하는 눈치다.
"엄마, 치타는 동물원이 좁아서 한번도 신나게 달려 본적이 없겠다.. 불쌍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우리가 당연시 생각하고 있는 이면의 모습에 이런 슬픔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알게 되고, 마음의 깊이가 더욱더 깊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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