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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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작은 고양이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살면서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한 노인에게 불청객처럼 찾아온 길고양이 한 마리.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는 노부부와 낯선 고양이 한 마리가 만나 서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집이다.

우리 곁을 스쳐 가던 고양이들의 삶은 희미하게 빛나는 이 묘한 순간이 되어서야 우리의 삶을 건드린다.
-p.95


책의 저자인 닐스 우덴베리는 스웨덴의 신경의학과 교수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삶에 불쑥 찾아온 귀여운 불청객과의 첫만남을 회상하면서도, 고양이 '나비'가 어떻게 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는지, 나비에 대한 자신의 관찰과 애정을 담담하게 풀어 나간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동원해 고양이 '나비'에 대한 정신 분석을 글로서 풀어낸 부분이었다. 고양잇과 동물에 대한 설명과 고양이를 사랑했던 작가들의 일화를 다루면서, 자신의 가족인 '나비'에 대한 관찰기와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간다. 그 부분을 읽으며 작가가 나비를 정말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쓴 고양이 '나비'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동물과 인간에게도 역시 교감이란 것은 존재하며, 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인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동물과 인간의 교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책 속의 문장>

3킬로도 안 나가는 이렇게 작은 생명이 어떻게 내게 이런 안정감을 불어넣는 걸까? 나는 나비보다 훨씬 더 힘이 세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손쉽게 이 녀석을 망가뜨릴 수 있다. 나비는 나를 능가할 그런 힘이 없다. 나비가 내게 보이는 신뢰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내가 보여준 자비심과 호감을 나비는 고맙게 받아들인다.
- p.71

어쩌면 나비 덕에 교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녀석을 믿어야 한다. 자유의지로 머무르는 게 아니라면 난 싫다. 우리와 함께 있는 게 더 좋다면 머무를 테고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면 떠날 것이다. 나비는 스스로 삶을 선택해야 하고 우리는 친절한 태도를 지키면서 함께 지내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말로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야기같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이건 이성의 문제가 아니다. 통제하려 들지 않고 나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기란 사실 내게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연락처가 적힌 목걸이를 달아주었다. 없는 편이 확실히 더 예쁘지만 임자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 p.72

 

 

 

 

우리는 나비를 좋아해 언제나 말을 건다. 달래는 듯한 음악적인 어조로 말하는데 마치 아기에게 하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 "귀엽기도 하지." 고양이가 말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귀여워하는 목소리를 이해할 수는 있을까? 어쨌거나 우리는 나비에게 말 걸기를 멈출 수가 없다. 우리는 인간이고 이러한 부드러운 목소리는 우리가 고양이를 아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 p.149

 

 

나비는 이왕이면 나은 것을 망설임 없이 고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딱히 더 나은 게 없다면 꽤 비참한 상황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부지런함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하겠지만 이런저런 시련을 어떻게 견디는지는 녀석에게 배울 수 있겠다 싶다. 그게 바로 내가 갖출 덕목이다.

-p.180-181




-샘터 물방울 서평단 8기 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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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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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잊지 않아><엄마의 가출> 등을 집필한 나오키 상 수상자 노나미 아사의 신작 소설<마을을 지켜라>가 출간 됐다. 작품은 우리가 동네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세이다이는 대학 졸업 후 구체적인 취업 계획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이다. 그러다 여자친구 마나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오기로 경찰학교에 입학해 신참내기 경찰관이 된다.


소설은 세이다이가 2달간 견습생으로 경찰서에 발령받으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가 처음 경찰관이 된 계기 또한 어떤 사명감이나 직업 의식없이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것처럼
그의 경찰관 생활의 스타트도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세이다이는 2달간의 견습기간동안 자신이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신은 미우라처럼 사명의식도 없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서의 관할지역인 동네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관으로 여러 범죄와 맞닥뜨리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면서 작지만 경찰관으로서의 한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야기는 세이다이를 비롯한 모범생 미우라와 때로는 엄하면서도 자상한 미야나가 반장 외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경찰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동네의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등장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작품 속에서 세이다이와 경찰들의 모습을 보며 쉽게 지나쳤던 경찰관들의 모습과 동네 파출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관심 없던 곳에서 누군가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나와 다른 세상에 있을 것 같은 그들도
제복을 벗으면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이며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쾌하고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다면, 풋내기 경찰관 세이다이의 성장담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할만한 작품이다.




<책 속의 문장>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세이다이는 문득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초조해하는 건지, 미우라와 겨루는 건 어쩌면 억지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세이다이는 원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건 질색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하듯 즐거운 것이 최고라고 믿어왔다. 좋았어, 내 페이스대로. 그게 최고일지도 모른다.
- p.153
세이다이의 눈에는 가스미다이라는 마을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치 악인의 소굴처럼 보였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마을이다. 그러나 그저 평범해 보이는 마을의 선량한 주민이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다. 신문에 실리는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이 마을에는 작고 쩨쩨한 악당들이 산다. 그런 눈으로 사람들을 보면 얼핏 온화한 사람의 웃음조차 수상쩍게 생각되어, 그것이 세이다이의 기분을 조금씩 어둡게 했다.
(중략)
- 마을을 사랑하라고?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아.
매일 마을 이곳저곳을 달리면서 세이다이의 마음 속에는 그런 생각이 커지고 있었다.
-p.155~156
-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장래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나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만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자신은 원래 치안유지나 시민에게 봉사하는 일을 할 주제가 못된다. 평범한 회사원은 싫고, 그렇다고 달리하고 싶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경찰관이 되었을 뿐이다.
-p.350
지역주민.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만 경찰을 부르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다, 때에 따라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사람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하루하루가 무사히 이어지는 것, 어쩌면 당연한 그 일이 중요하다.
- 왜냐하면, 지금부터 한동안 이곳이 나의 마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466~467



- 샘터 물방울 서평단 8기 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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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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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샘터사에서 하는 물방울 서평단 8기가 되었답니다!
서평 이외에도 잡지 샘터 모니터링 요원을 지원해서 모니터링 또한 하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도착한 샘터 9월 호!


도서관에서 보던 샘터 잡지를 받아보니 기분이 새로웠어요ㅎㅎ
알고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 콘텐츠 잡지에도 선정되었더군요!



샘터 잡지는 다른 잡지에 비래 포켓북처럼 사이즈가 작아서
어디에서든 간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이번 호에서는 박미희 배구감독님과 해양모험가 김승진님의 인터뷰를 다루었는데요.
현재 리우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스포츠 종목을 업으로 하시는 박미희 감독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또한 김승진 모험가님의 이야기도 이전에 MBC 스페셜에서 접한 적 있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샘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는데요.
주로 우리 이웃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예전에 샘터를 잠깐 읽고 어떤 내용의 잡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샘터를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일반인 독자분들의 사연이 곧 나의 이야기같아서 정겹고 좋았습니다.
또한 독자 에세이 외에 다양한 전문가 분들의 칼럼이 수록되어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창 고민이 많은 시기여서 그런지 청춘 멘토링의 칼럼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잡지 샘터!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상으로 샘터 물방울 서평단 8기 썸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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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빵 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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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백하자면 나는 이 책이 폴 오스터의 소설 작품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저자의 20-30대 시절에 관한 에세이집이다. 
 

책장을 펼쳤을 때 첫문장이 인상적이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한 시기를 겪었다.'

처음 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던 나는 이야기의 주인공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자신의 젊은 시절 가장 힘든 시기에 관한 회상록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에 더 큰 위안을 받았다.


책 속의 폴 오스터는 자기확신이 강하고 외곬수적인 스타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글쓰기를 열망해 왔는데, 그런 모습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폴 오스터는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하게 된다.
나중에는 게임도 만들었다는 글을 읽고 참 다재다능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뒤편에는 그가 쓴 희곡작품 3편과 만든 게임 해설이 수록되어있는데,
게임 해설을 제외하고 희곡 작품들을 읽었다.
3작품 모두 관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설만 쓴 줄 알았던 작가가 희곡도 집필했었다니
(책을 읽다보면 시나리오,자서전대필,평론 등등 온갖 종류의 글은 다 쓴 듯 하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읽어볼만했다.


폴 오스터의 작품은 <달의 궁전>이후로 두번째로 읽는 것인데
작가의 작품은 나의 취향은 아님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그가 집필한 다른 작품들에 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오히려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니 더 관심이 간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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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 2015년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제마 엘윈 해리스 엮음, 김희정 옮김, 임소영 그림 / 부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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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답변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을 왜 파란가요?' 라는 질문부터 '왜 사람들은 전쟁을 하나요?','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나요?' 같은 심오한 질문들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몰랐던 새로운 지식들 (어쩌면 상식들..ㅎ)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질문은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나요?' 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물리학자가 답변을 해주는데 우리 몸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계 행성들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원자로 구성되어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들이라고 말해준다.
새삼 내 자신이 정말 소중한 존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시크릿 열풍에서 말하는 유인력의 법칙이 왜 존재하는지,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하고도 맥락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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