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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죽어도 잊지 않아><엄마의 가출> 등을 집필한 나오키 상 수상자 노나미 아사의 신작 소설<마을을 지켜라>가 출간 됐다. 작품은 우리가 동네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세이다이는 대학 졸업 후 구체적인 취업 계획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이다. 그러다 여자친구 마나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오기로 경찰학교에 입학해 신참내기 경찰관이 된다.
소설은 세이다이가 2달간 견습생으로 경찰서에 발령받으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가 처음 경찰관이 된 계기 또한 어떤 사명감이나 직업 의식없이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것처럼 그의 경찰관 생활의 스타트도 예측불허의 연속이다.
세이다이는 2달간의 견습기간동안 자신이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신은 미우라처럼 사명의식도 없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찰서의 관할지역인 동네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관으로 여러 범죄와 맞닥뜨리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면서 작지만 경찰관으로서의 한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야기는 세이다이를 비롯한 모범생 미우라와 때로는 엄하면서도 자상한 미야나가 반장 외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경찰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동네의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등장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작품 속에서 세이다이와 경찰들의 모습을 보며 쉽게 지나쳤던 경찰관들의 모습과 동네 파출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관심 없던 곳에서 누군가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나와 다른 세상에 있을 것 같은 그들도 제복을 벗으면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이며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쾌하고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다면, 풋내기 경찰관 세이다이의 성장담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할만한 작품이다.
<책 속의 문장>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세이다이는 문득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초조해하는 건지, 미우라와 겨루는 건 어쩌면 억지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세이다이는 원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건 질색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하듯 즐거운 것이 최고라고 믿어왔다. 좋았어, 내 페이스대로. 그게 최고일지도 모른다.
- p.153
세이다이의 눈에는 가스미다이라는 마을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마치 악인의 소굴처럼 보였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마을이다. 그러나 그저 평범해 보이는 마을의 선량한 주민이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다. 신문에 실리는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이 마을에는 작고 쩨쩨한 악당들이 산다. 그런 눈으로 사람들을 보면 얼핏 온화한 사람의 웃음조차 수상쩍게 생각되어, 그것이 세이다이의 기분을 조금씩 어둡게 했다.
(중략)
- 마을을 사랑하라고?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아.
매일 마을 이곳저곳을 달리면서 세이다이의 마음 속에는 그런 생각이 커지고 있었다.
-p.155~156
-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장래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나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만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자신은 원래 치안유지나 시민에게 봉사하는 일을 할 주제가 못된다. 평범한 회사원은 싫고, 그렇다고 달리하고 싶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경찰관이 되었을 뿐이다.
-p.350
지역주민.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만 경찰을 부르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다, 때에 따라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사람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하루하루가 무사히 이어지는 것, 어쩌면 당연한 그 일이 중요하다.
- 왜냐하면, 지금부터 한동안 이곳이 나의 마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p.466~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