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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평점 :
이문열의 장편소설 <호모 엑세쿠탄스>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처형하는 인간(Homo Executans)'으로 규정하고, 2000년대 중반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과 정치적 대립을 우화적·종교적 서사로 비판한 작품이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념 갈등, 정권 교체기(참여정부 시절)의 정치적 격랑, 그리고 인간 내면에 도사린 잔혹한 폭력성을 기독교적 신화와 정치철학적 사유를 빌려 고발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인간을 상대를 심판하고 단죄하려는 '처형하는 인간'으로 정의한다.
2000년대 중반 당시 대두되던 386세대와 진보 정치 세력을 향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 서로가 서로를 심판하는 우리 사회의 배타적 이념 대립을 고발한다.
작가는 정의나 대의명분(개혁, 과거사 청산 등)을 내세우는 권력이 어떻게 합법적·도덕적 폭력으로 변질되는지 매섭게 비판한다. '집행'은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인간의 사악한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현실 정치에 대한 고발인 것이다.
인간을 '유희하는 인간(호모 루덴스)', '도구를 쓰는 인간(호모 파베르)'이 아닌 '집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한 것 자체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환멸을 담고 있다. 인간은 결국 타인을 심판하고 처형하는 데서 잔인한 희열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발간 당시 386 세대 주도의 정치 세력과 그들의 이념적 독선을 정조준했다. 역사의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실제로는 타인을 잔인하게 배척하는 또 다른 폭력 기구에 불과하다는 자유주의적 시각의 문학적 변호이기도 하다.
총평하면 <호모 엑세쿠탄스>는 문학이 시대의 중심부와 지나치게 가깝게 맞붙었을 때 일어나는 불꽃과 상흔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집단 광기와 마녀사냥의 메커니즘을 '집행하는 인간'이라는 강렬한 개념으로 포착해 내는 데 성공했다. 권력의 위선을 고발하는 강렬한 리얼리즘적 분노는 독자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당대의 정치적 원한과 이념적 편향성이 거칠게 노출되면서, 문학이 지녀야 할 거리를 상실했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예술적 승화보다는 정치적 발언의 욕망이 앞서, 이문열 문학의 정점이라기보다는 가장 논쟁적이고 격정적이었던 시대의 산물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2026년 오늘도 일찌감치 감방에 있어야 할 인물이 갖은 권모술수로 대권을 잡아채고는 상대를 향해 가능한 모든 정치적 보복 수단을 집행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문열 작가의 호모 엑세쿠탄스라는 인간에 대한 환멸적 정의는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진행될 것이다. 한국이라는 극단적 정치적 대치 상황에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