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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ㅣ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30년 전.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씀과 함께 유홍준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어린 마음에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어쩜 그렇게 멋있고, 마음에 와 닿던지. 그 이후로 내 머릿속에는 두가지가 박히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선생님께서 당시 말씀하셨던 내용은 지금은 다 잊었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재미있게 들어서 언젠가 나이가 들면 유홍준 교수님의 책은 시리즈로 소장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의 그 결심을 실행하기 위해 또 하나 산다.
개인적으로 책을 사면 제일 첫 페이지. 작가의 말부터 읽는다. 여기부터 읽으면 작가가 생각하는 책의 방향을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읽다 보면, 교수님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셨는지,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책과의 중복을 피하며 좀더 깊은
내용을 다룰 수 있는 방향으로 대상을 선정하기위해 어떻게 노력하셨는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기존 내용과 얼마나 겹쳐질까를 생각하긴
했다.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도 새롭게 접하겠지만, 긴장감이
약간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기우. 첫
페이지부터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책이다.
교수님의 명성에 걸맞게 첫 페이지부터 술술 익히고 무엇보다 흥미를 끈다. 국사
책에서 많이 봤던 단어들, 장소들인데, 그 단어들과 장소들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내 머릿속에서 새롭게 내용이 짜 맞춰진다. 이것이
진정한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론적인 것뿐만이 아닌, 유적지의
뒷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한국사는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은가! 그냥 나오는 뒷이야기가 아닌, 교수님이 직접 경험하셨던 뒷이야기들이
있어 더 생생함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사를 이야기할 때, 직접 겪은 뒷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너무 좋은 반응을 보였다. 나
같은 일반인도 이런데, 교수님의 생생한 뒷이야기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교수님의 뒷이야기는 긴장하면서까지 읽었다. (다른 분들은 뒷이야기를
긴장하면서까지 읽진 않았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흥미진진. 긴장하며
읽었다.)
이 책의 제일 좋은 점은 아이와의 여행 루트를 짜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여행 주제를 어떻게 잡고, 어떤 식으로, 어디를
경유하면 좋겠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제일
첫 내용인 구석기 시대를 주제로 잡는다면, 한탄강 캠핑장을 숙소로 잡고, 선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한탄강변 주상절리라던가, 고구려성까지 아울러
둘러보는 것이다. 물론 책을 보고 대략적으로 잡은 것이지만, 이런
토대가 있다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 여행 계획을 생각하게 되니, 왜 책 제목이 [국토박물관 순례]인지
확실히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해당 지역에 꼭 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 아이를 데리고 책에 나와있는 곳에 가볼 예정이다.
흔한 말이지만, 한권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유홍준 교수님의 책이다. 간만에 다른 책들도 꺼내 읽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