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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죽은 자의 얘기를 듣는다.
삶은 그제야 시작된다.
법의학자로서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사연을 전해준다는 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더 나아가 죽음이란 무엇인지, 우리나라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생각했다.
죽음은 한 사람의 마지막이지만 실은 또 다른 사람의 시작이 아닐까.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며 언젠가 다가올 나의 죽음을 상상해본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문구 작가는 자신의 죽음을 남은 가족들의 추억거리로 남길 바라는 소박한 희망을 가졌다.
육신이 사라져도 존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산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는 것 아닐까.
수험생들은 디데이를 계산하고 시험이 끝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책을 펼친다.
직장인들은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오후 업무를 마무리 한다.
삶도 언젠가 끝난다.
그저 살아지는 시간을 버티며 숨을 쉬다보면 덜컥 찾아온 죽음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완주 거리를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습도 해보며 어느 지점에서 숨이 차는지, 어느 지점에서 천천히 달릴지 생각한다.
또 달리면서 느껴보는 육체의 생생한 감각들과 주변에서 느껴지는 타인들의 활력을 느낀다.
사람들의 응원과 중간지점에서 맞는 나무 사이로부터 불어오는 바람도 느낀다.
때론 과정이 벅차더라도 끝지점을 생각하는 기분은 황홀하다.
제 발로 향하는 끝이란 영광이 있으니까 말이다.
삶은 좀 더 길뿐이다.
죽음이 올 것을 알고 스스로 나름의 방식으로 향한다면 그 또한 영광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