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등대 - 바다 위 낭만적인 보호자
곤살레스 마시아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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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등대의 불빛은
고정되어 있었고,
어떤 선장도 그 불빛을 다른 것과 
혼동할 걱정이 없었다.
그 주변에는 다른 등대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쥘 베른
[세상 끝의 등대]에서

벗꽃 비가 내리는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세상 끝 등대. 바다 위 낭만적인 보호자 책을 읽기에 그만이더라구요.
 

이런 날씨에 집에 있는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등대는 어릴때 등대지기 노래에서 무심코 부르기만 했을뿐 별 생각도 관심도 없었는데
소피 블랙올의 "안녕 나의 등대"란 그림책을 본 뒤로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어요.
 
곤살레스 마시아스도 저자서문에 썼듯이
 
바다에서 멀찍이 떨어진 뭍에서 산 저자도 우연한 계기로 소행성에 세워진 등대의모습을 떠올리고 일을 위해 사전조사를 하던 중 만난 등대의 사진을 보고, 그 불가능한 건축물에 반한 것이죠. 
 
저와는 살짝 다르긴 해요. 전 그 건축물에 반한게 아니라 등대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니까요.
 
아무튼 그렇다고 해도 세계 각지의 등대를 만날 수 있는 세상 끝 등대는 저같은 등대 매니아에게는 정말 찰떡같은 책입니다.
 
그리고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가치 있는 공부가 될 것에요.
 

등대가 있는 정확한 위도를 표시하고
해수면, 등탑높이, 빛의 초점면
등대의 도면
설계 및 시공 기술자, 공사기간, 최초점등일, 광달 거리, 등질(점멸방식), 자동화가 시작된 시기와 가동 중단된 시기, 구조형태 등 등대의 모든 정보가 다 담겨 있어요.


 1819년 윌리엄 터너의 벨록 등대.

 

터너는 벨록 등대에 한 번도 가보지 않고 화실에서 이 그림을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화실에서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느냐고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또 한편 터너가 <항구 앞바다의 눈보라>를 그리기 위해 스스로 배의 돛대에 몸을 묶은 적이 있다니. 그냥 탄생한 그림은 아니죠?

 


벨록 등대는 작가이자 영국 BBC 프로듀서인 데버라 캐드버리가 뉴욕 브루클린교, 후버댐, 파나마 운하 등과 함께 꼽은 산업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모든 인생에 건물에 장소에 이야기가 있고 드라마가 있겠지만 등대들이 가진 이야기는 모두가 환상동화를 읽는 느낌을 자아낼 정도로 신비롭고 불가사의 그 자체에요.

 

레이 브래드버리 같은 작가도 그래서 영감을 받은게 아니었을까요.

 

세상에 정말 많은 등대가 있겠지만 곤살레스가 마음을 준 등대들은 모두 하나같이 세상 끝이라고 불리울 만한 곳에 있어요.그리고 그런만큼 혹독한 환경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곳에서 등대지기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는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데이터로 이해할 뿐입니다.

 

습야토노스키 등대가 완공된 후, 관리반장과 6명의 조수가 등대의 유지 임무를 부여받고 그곳으로 갔다. 하지만 북극권에 위치한 등대의 근무 환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겨울을 두 차례 보내는 동안 대부분이 괴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마디막 등대지기 미하일 이바노비치 고르부노프는 1966년에 그곳에 부임한 후로 36년 동안 맡은 바 소임을 다 했다. 

 

개인적으로 유인등대에 관심이 많아서였는지 이런 등대에 대한 이야기에 더 눈이 가고 마음이 갔지만 책에서 소개된 34개의 등대 하나하나가 모두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고 싶고 그려주고 싶고 기억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요.

 

세상 끝 등대를 읽으며 저도 곤살레스같은 꿈을 꾸어봅니다.

 

곤살레스는 말합니다. 자신의 저서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어딘가에 다 쓰여졌던 것들이라구요.

하지만 그걸 이렇게 체계적이면서 아름답게 이어 책으로 묶었잖아요.

 

고단한 서울살이.

좁은 집 한 켠에 세상 끝 등대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로 합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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