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 ‘왜 인간은 다채로운 신발을 신는가?’에 관한 방대하고 진귀한 문화 탐구서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 황희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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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유난히 역사과목이 어려웠다.

삼일운동 일구일구 이렇게 외우면서 역사에서 재미를 발견했다면 그거야말로 내가 난사람이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긴 하다.

하지만 역사를 시험으로 만나야하는 교과에서 벗어나서

종이의 역사, 자동차의 역사, 고문의 역사 등등

이렇게 조각조각 떼어내서 책으로 접하니 무척 재미있는게 또 역사였다.

그리고 조각조각 나누어서 보다보니 어느순간 커다란 인류의 살아온 이야기가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난 이렇게 파편화된 역사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책이 너무 얇아서.

역시나 이 책은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 네 가지 유형의 신발을 중심으로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새 책 사이에서 발견하는 이런 책갈피는 언제나 반갑다.

이런 저런 책갈피를 사보고 선물도 받았지만 역시나 가장 좋은 책갈피는 이렇게 적당한 두께의 종이가 최고다. 게다가 책갈피라는게 이상하게 잘 잃어버리는 물건이라

난 일부러 버리는 카드게임 한 뭉치를 책장 한켠에 쌓아두었을 정도다. 책갈피로 쓰기 위해서다.

그렇다보니 새책에서 만나는 이런 책갈피가 반갑고 고맙다.


책을 읽어나가며 인간의 역사라는 제목은 좀 거창한거 아닌가.

그냥 유럽과 미국의 신발 변천사 정도 아닌가

인간의 역사라니. 너무 서구중심적인 발상 아니야? 란 반감도 살짝 들었다.

하지만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 아니겠나.

이 책.

정말 재미 있다.


크록스를 신었던 조지 부시

이런 이야기가 또 신선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다양한 신발 사진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큰 책인데

중간중간 저자의 지성에 감탄하게 된다.

400페이지짜리 책을 쓰기 위해서 이 작가는 마치 빙산의 몸체부분처럼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성찰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신발은 우리 자신이 인간임을 특징짓는 매우 개인적인 물건이다. ... 신발보다 문명과 그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더 잘 나타내는 인류의 산물이 있는가? 인간이 신발을 버릴 때는 오로지 신발을 상하게 했을 때뿐이다. 혹은 이 경우처럼 그 신발을 신은 사람들을 상하게 했거나.

397쪽



내가 대학시절 열광했던 버켄스탁, 닥터마틴 브랜드부터 아디다스, 퓨마, 어그

그리고 제시 오언스 등

인간의. 아니 유럽과 미국의 신발 변천사라고 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유년과 학창시절과도 닿아 있어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신발 디자인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두 그려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읽어야할 책이 많아 독서기록장에 간단히~ 윤곽만.

독서기록장에 이런 그림을 그려두면 나중에 볼 때 또 보는 재미가 있어 두 배로 즐겁다.

이 지적이고 재미난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는 누가 읽어도 재미 있을

그러면서도 인류에 대한 애정과 깊은 성찰도 엿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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