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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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책을 만났을 때, 보통은 제목과 표지를 보고 어떤 내용일지 짐작을 해 보곤한다. 

'세 형제의 숲'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모험과 환타지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맨 먼저 들었다. 환타지 소설은 드물지 않은 편이라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기가 쉽지 않다. 

네번째 챕터 정도 읽었을 때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환타지와는 거리가 먼 우리 이웃의 이야기였다. 잘 읽히기는 하지만 시공간이 다른 두 가지 스토리가 번갈아 진행되는 방식이라 이야기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했다. 

세 형제 중 한 명인 베냐민의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의 시선으로 엄마, 아빠, 나머지 형제 두 명의 캐릭터가 그려지고 있다. 

어떤 가족이든 완벽하지 않듯이 누구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행복한 기억과 상처로 얼룩진 기억이 공존한다. 베냐민의 가족도 여느 평범한 가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남자 아이 셋 있는 집은 대게 그러하듯 잘 지내다가도 금새 다투고 시끄러워지기 일수이고, 예민한 부모는 방목하기도 개입하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만 아빠의 폭력성과 엄마의 다혈질적인 성향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런데 어떤 사건이 있은 후부터 베냐민 가족의 분위기는 예전과 달라진다. 이때부터 나도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종반으로 갈수록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할 심산인지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그냥 이렇게 끝나면 너무 실망스러운데. 

그렇지만 실망은 커녕, 충격을 안겨주었다.

퇴근 후 도서관에서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내 두 눈이 동그래졌으니까, 소리죽여 흐느꼈으니까. 

어린 아이가 둘 있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소설이다. 

워킹맘으로 11년, 나는 아직도 잠을 깊게 자지 못한다.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나의 시간이 없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내 가족이 소중하기에 더 용을 쓰며 살아왔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고, 나라는 사람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길 원했으니까. 그렇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는 굉장히 예민해지곤 했다. 나에게는 순간적인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잠시 쏟았을 뿐이지만, 힘없는 아이들은 부모의 변덕과 불화로 깊은 우울감과 절망감을 느껴야 했을수도 있다. 

주인공 베냐민을 보며 나의 어린시절과 내 아이들을 대입해 보았다. 베냐민의 엄마를 보며 지금의 나를 돌아보았다.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특별한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서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모든 것이 확인되었을 때에는 모든 실마리가 풀리는 기분이었고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인문학, 역사, 과학 등의 책을 주로 읽다가 머리를 식힌다는 기분으로 읽은 소설에서 이런 깊은 울림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세형제의숲#알렉스슐만#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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