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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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숲 속의 자본주의자' 보다 '숲 속의 철학자'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나의 삶이 성공과 실패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되고, 나만의 이야기가 되며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음미하는 법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이토록 외진 곳에서 살아도 사회와 나는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런 자유를 누리는 일 역시 자본주의 하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이기에 그런 제목을 붙였으리라.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생활 4년 후 미국에 가서 박사학위까지 따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작가가 남편과 아직 어린 아이들과 함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미국의 한 시골에 들어가서 산지 7년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위 말하는 스팩도 빵빵하지, 얼마든지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살 수 있을텐데. 게다가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그런 시기였단 말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의 철학함에서 알 수 있었다. 

자연을 벗삼아 사는 삶이 처음이기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적응기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내면서 쌩자연과 처음으로 교감하고 전율을 느끼고 자신이 지구상 모든 생명체와 얼마나 맞닿아 있는 관계인지를 오감으로 느낀다. 그 생명체라 함에 인간을 제외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면서 인류의 근본적인 심리도 깨닫게 된다. 그녀가 깨달은 것은 생존본능에 입각한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몸소 체험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게 된 것이다. 



44p. 옛날과 지금 중에 언제가 더 행복에 가까운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이 세상을 좀 더 인간적이고 살기 좋게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세대가 만들어 현재에 도착한 풍요를 누리는 새로운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그렇다. 인간이 인간을 떠나서 자연에서만 살다가 실패한 몇몇 경우들을 보면서 인간은 인간을 떠나서 살 수 없고 작은 거 하나라도 자본주의와 뗄레야 뗄 수 없으니,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사는 데 잘 이용하라는 것이다. 

돈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돈을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다른 가치로 무한히 전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말로 그녀의 돈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었다. 

4장과 5장에서는 그녀가 자연에 살면서 깨닫고 사색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들려준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녀는 철학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만약 그 곳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살았다면, 일을 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생각들을 쏟아낼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니 그녀가 부러워진다. 

내가 애들 재우고 밤마다 깨작대고 있는 이 시간이 그녀의 시간과 깊이에 천분의 일이라도 빗댈 수 있을까. 

눈만 돌리면 고층건물과 자동차 뿐인 이 곳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면 얼마나 넓어질 것인가.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역시나 독서인 것이다.

그래야 이런 이야기들을 내 가슴에 담을 수 있고 나만의 이야기를 조금씩 만들어 갈 수 있을테니까.



#숲속의자본주의자#박혜윤#철학하는삶#역시독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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