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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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허난설헌의 삶을 짧게 갈무리하는 것을 보았다. 그 전까지는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이로만 알고 있었는데, 남녀차별 없는 집안에서 책도 보고 글도 쓰며 행복하게 살다가 결혼을 하게 된 후 불행한 일들이 자꾸 겹치고 2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심이 생겨서 그녀에 대한 자료를 더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작가의 문체가 이리도 아름답고 간결할까. 뒤로 갈수록 더욱 크게 와닿는다. 고어들이 많이 쓰여있어 처음에는 다시 읽고 곱씹고 반복했는데, 어느새 그 문체에 젖어들어 속도감이 붙었다. 우리 말이 이리도 아름다웠던가. 새삼스럽다. 

사실 이 작품이 픽션을 가미했기 때문에 소설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몰입도는 더해갔다. 

아이들 재운 뒤, 조용한 밤을 택하여 읽었는데 잠 잘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책을 놓지 못하여, 며칠 간 회사에서 힘들었었다. 

난설헌이 살았던 그 시대가 원망스럽다. 

400년이 훌쩍 넘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도 여자로 태어난 것이 못내 속상할 때가 많은데, 그 때는 어리석은 사람 천지였구나. 

천재 시인의 삶이 그렇게 허망하게 끝날 수 밖에 없는 시대였던 것이다.

작가는 난설헌 초희의 마음을 그녀의 시어만큼이나 아름답고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이야기에 집중하다가도 보석같은 문장이 나오면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을 한다. 

완독 후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다시 한 번 눈에 담으려고 아름다운 문장들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밑줄 친 문장이 한가득이다.

설렘, 분노, 안타까움, 애틋함, 깊은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아우르며 푹 빠져 읽은 탓에 다 읽고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아파트 창문의 불빛들이 드문드문 켜져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꺼져가는 걸 보니 초희 아가씨의 애처로운 부용꽃 스물일곱송이가 하나둘 지는 것 같아 가슴이 또 한번 아련하다. 



#난설헌#천재시인#최문희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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