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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짐승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가족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면서, 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저스틴 토레스의 『우리, 짐승들』은 그 모순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 낸 소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책이지만, 읽는 동안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모습에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지켜 줘야 할 어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유독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매니와 조엘, 그리고 막내인 ‘나’. 이렇게 세 형제는 토마토를 던지며 장난치고, 쓰레기로 연을 만들고, 강에서 함께 수영하며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아이들이다. 서로 다투고 사납게 굴면서도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하나의 무리 같기도 하다. 아빠가 집을 떠난 뒤 울리는 전화벨을 들으며 막연한 시간을 견디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어린 시절 특유의 천진함과 불안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가족에게는 분명 사랑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폭력과 뒤섞여 있고, 이 지점에서 마냥 즐겁게 읽을 수가 없어진다.
이들의 거친 행동 속에서 나는 애정을 먼저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가족끼리는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서로를 아끼니까 가능한 행동 아닐까 하고 폭력을 그럴 수도 있는 풍경의 일부처럼 애써 받아들이려고 했던 걸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모습이 더 위선적인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왜 아이들이 겪는 상처를 선명한 폭력으로 바라보지 못했을까.
세 형제가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던 ‘우리’는 막내가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알아 가면서 조금씩 ‘나’들로 갈라진다. 가족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막내가 정신병원에 보내지는 장면은 자신을 알아 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성장이면서도, 반면 누군가에게는 관계를 잃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형들을 벗어나 터미널로 향하는 발걸음에서는 슬픔과 함께 처음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이 소설은 짧고 파편적인 장면들을 툭 던져 놓을 뿐, 그 안에 담긴 인물의 마음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은 생략한다. 그래서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무리 안에 남고 싶은 마음과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함께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나를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한때 나를 이루었던 세계와 멀어지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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