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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형 나쁜 인형 ㅣ YA! 30
서하나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2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착한 인형 나쁜 인형』은 읽으며 마음이 계속 불편했던 소설이다. 복제인간 ‘인형’은 인간에게 사랑받고 복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언제나 미소 지어야 하고, 혼자 외출할 수도 없고, 글을 배워서도 안 된다. 특히 “원하는 때에 외출할 수 있는 자유,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자유, 글자를 배울 수 있는 자유, 하얀색을 거부할 자유”를 갖고 싶다는 젠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복제인간이라는 설정 자체는 SF지만, 자유를 누리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하고 부당한 일을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는 복제인간들의 모습은 복제인간에게 가해지는 통제와 차별이 현실의 억압과 닮아 있기에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라 그렇지 않을까.
젠은 다행히 좋은 실버(인형을 키우고 보호하는 인간)인 루비를 만나 비교적 편안하게 살아가지만, 친구 칼은 학대를 당하면서도 인형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다 젠이 끔찍한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순간 젠은 자신도 늑대이고 싶었다.”는 문장에서 착한 인형으로 살아가던 젠이 더 이상 웃으며 참는 것을 포기하고 ‘나쁜 인형’이 되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읽으면서 드라마 <더 글로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그대로 되갚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오랫동안 힘없이 참아왔던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해자들에게 반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젠의 복수가 단순히 통쾌하기만 하지 않으며, ‘나쁜 인형’이 된다는 것은 마치 <더 글로리>에서 흑화해버린 문동은처럼, 젠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순수함과 착함까지 내려놓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가 한 걸음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자면 통쾌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 온다.
처음에는 ‘인형’과 ‘실버’라는 독특한 SF 세계관이 흥미롭다고만 생각했는데, 불편한 감정 속에서 점차 현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부당한 일을 겪어도 참고 넘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들. “지금 나는 어떤 수칙 속에 갇혀 있는가.”라는 질문처럼 마음이 묵직해진다.
『착한 인형 나쁜 인형』은 복수극의 짜릿함도 있지만, 결국 누군가의 소유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젠이 끝까지 착한 인형으로 남지 않아서 더 인상적이었다. 복제인간을 주제로 다룬 SF이지만서도, 또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도 남겨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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