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호시스 ㅣ 슬라우 하우스
믹 헤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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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애플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읽었지만서도, 드라마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던 책이다. 《슬로 호시스》의 주인공들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유능하고 완벽한 스파이들이 아니라는 점이 참 재미있기도 하다. 이들은 실수 한 번으로 본부에서 밀려나 ‘느린 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슬라우 하우스에서 의미 없는 서류 작업이나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이들이 어느 날 무슬림 청년 납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실패’했다는 이들이지만, 이들을 단순 실패자, 루저로만 분류하는건 좀 아닌것 같다. 리버는 계속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려 하고, 잭슨 램은 “여기를 왜 슬라우 하우스라고 부르는지 알지?”라고 빈정거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읽어내는 인물이다. 담배에 찌들고 무례하고 불결하기까지 한 램은 정작 위기의 순간이 닥쳐오면 아주 믿음직스러운 인물이 된다. 꽤 묘한 쾌감이 있는 책이다.

빠르게 몰아붙이는 첩보물과는 다르게, 이 책은 서로의 약점을 쥐고 수를 읽으며 움직이는 사람들의 심리전이 주를 이루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MI5 내부의 정치와 자리싸움,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람들, 살아남기 위해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분위기까지 살벌하고 수싸움이 가득하다. 스파이 이야기이지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 보고 버티는 우리들의 모습이 어쩐지 겹쳐 보이기도 하는 지점이다.

이 책에서는 한 번 밀려났음에도 다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려는 ‘느린 말’들에게 조명을 비추어 준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인간적인 스파이들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 원작에서는 이들의 관계와 심리, 잭슨 램이라는 인물의 묘한 매력을 나만의 템포대로 조금 더 천천히 음미해볼 수 있다는 점도 꽤 반갑다. “내 시절은 끝났을지도 모르지. 근데 다시는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아.”라는 말처럼, 한물간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의 짜릿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스릴러 소설이다.

#슬로호시스 #믹헤런 #비채 #김영사 #애플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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