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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페페페
짐리원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짐리원의 『펫페페페』는 멸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따뜻한 느낌의 단편 소설집이다. 무려 열 편이나 되는 단편들을 읽는 동안 기분이 자꾸 서늘해지곤 하는데, 단순히 세계의 멸망이 무서워서 생기는 절망은 확실히 아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계절과 풍경, 그리고 우리 주위의 생명들은 생각보다 취약하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어쩐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일까. 그래서 그런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시원한 바람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오늘따라 푸른 하늘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책이다.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표제작 〈펫페페페〉다.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들이 인간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예나와 보현은 오리들을 빼돌리고, 결국 하늘로 날려 보낸다. 오리들이 서울 어딘가에서 쓰레기를 먹다가 죽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완벽하게 살려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유롭게 놓아주는 이들의 결정이 상당히 먹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장면이다. 과연 인간이 모든 생명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걸까.
또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은 읽으면서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단편이었다. 미래에는 사라져버린 가을의 바람과 15~20도의 적정하고 좋은 날씨를 느끼기 위해 사람들이 과거의 서울까지 찾아온다.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 평범한 날씨가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돈을 내고 찾아가야 할 기억이 된다는 설정이 물을 돈주고 사먹게 된 현재를 보는것 같기도 해 은근 씁쓸하기도 하다.
“언젠가 없어진다고 해도 지금은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처럼, 이 책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가 끝나가는 순간에도 빛과 바람을 좋아할 수 있고, 누군가를 걱정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날아가려는 생명을 기꺼이 놓아주기도 한다. 『펫페페페』는 이렇게 멸망의 어두움 속에서도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세계는 끝나기 직전에도 아름답다는 문장처럼. 어쩌면 그 아름다움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이 세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펫페페페 #짐리원 #아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