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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나는 겨울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 그것은 새로운 삶이다. 계절이 있는 삶이다. (...) 계절을 가지려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미래를 가지려면 그 역시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계절의 작은 파편들을 모은다.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는 1권에서 시작된 낯선 시간의 감각들이 이어진다. 끝없이 반복되는 11월 18일이라는 설정은 여전히 비현실적인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가장 현실적인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어제도 오늘도 같은 하루를 살아가지만, 사람의 마음은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타라의 반복되는 시간은 감옥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가장 느린 사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2권에서는 '시간을 벗어나는 방법'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과 선택들이 쌓인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조금씩 쌓여간다. 우리는 모두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이 비추어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작가는 반복이라는 소재를 긴장감만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불안과 외로움, 체념과 희망이 아주 잔잔한 문장 속에서 번갈아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특별한 사건보다 생각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라 처음에는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느린 호흡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데 사람의 내면은 계속 움직인다는 아이러니가 여운을 남긴다.
1권이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설정 자체의 낯섦을 보여주었다면, 2권은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를 견디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시간은 날짜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라고 믿었던 순간에도 우리는 조금씩 변하고 있고, 그 작은 변화들은 결국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삶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모든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예상 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은 스포이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 반전 때문에 앞에서 지나쳤던 수많은 사건과 생각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이 책은 총 7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첫 두 권만 번역되어 발매된 상태다. 앞으로 이어질 3~7권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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