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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크라이시스 - 색과 재난에 관한 다섯 편의 소설 ㅣ 앤솔러지 느슨 2
공현진 외 지음 / 상상 / 2026년 6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재난에도 색이 있을까?'
재난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잿빛이나 검은색 같은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그 익숙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다섯 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재난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저마다 다른 빛깔과 감정을 길어 올린다. 그래서 같은 '재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다섯 편이 모두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다.
이 책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작은 균열들에 주목한다. 세대 갈등과 정치적 대립을 담은 〈오렌지나 망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비로소 마음의 끝에 닿는 〈안정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실과 관계의 흔들림을 말한다. 반면 〈정말로 가능하시죠?〉는 무당과 귀신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으로 현실의 불안을 비틀어 보여주고, 〈무주〉와 〈clásico negro〉는 SF적 상상력을 더해 재난이라는 단어를 훨씬 넓은 의미로 확장한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구성이 앤솔러지의 매력을 더욱 살려준다.
《컬러 크라이시스》는 이처럼 재난을 통해 절망보다 '사람'을 이야기하는데, 상실은 분명 아프고, 실패는 쉽게 잊히지 않지만,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곁을 지키고 또 누군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재난 속에서도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폐허 같은 장면 속에서도 희망의 조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편을 연달아 읽기보다 하루에 한 편씩 시간이 날 때마다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좋았다.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재난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고, 작품마다 남기는 감정도 달라서 여운을 오래 음미할 수 있었다. 같은 키워드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다.
《컬러 크라이시스》는 재난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현실적인 이야기와 판타지, SF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결국에는 우리 삶과 연결되는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읽고 난 후에는 재난의 색이 어둠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은 믿게 된다. 가장 힘든 순간에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어쩌면 서로를 향한 작은 온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슴에 남기는 앤솔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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