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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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줄거리보다 읽고 난 뒤 남는 감정을 따라가는 편이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책 《백야: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는 결국 단 나흘 동안의 이야기인데도 이상할 만큼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끝나가는 순간이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럴 것 같다.

주인공은 현실보다 공상 속에서 살아가는 데 익숙한 외로운 몽상가다. 그러다 우연히 나스텐카를 만나고, 백야가 이어지는 페테르부르크의 밤을 함께 보낸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며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만큼 특별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붙잡아 놓는다. 나스텐카와 나누는 대화, 혼자였던 사람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이별까지. 큰 사건은 없는데도 감정의 파도는 생각보다 깊다.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보다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주인공의 설렘이 마냥 달콤하게만 보이지 않고 조금은 안쓰럽고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후기 작품들에서 만날 수 있는 묵직한 인간 탐구와는 또 다른 결을 지녔는데, 오히려 젊은 시절에만 쓸 수 있는 순수함과 서투름이 그대로 담겨 있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번 윌마 판본은 기존에 익숙했던 《백야》라는 제목 대신 《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라는 제목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왜 이런 제목을 선택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러시아어 원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고, 김희숙 소설가의 번역도 지나치게 고전적이거나 딱딱하지 않아서 감정선이 훨씬 부드럽게 읽힌다. 여기에 이옥토 작가의 감성적인 사진이 더해지면서 책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를 가진 어떤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짧은 분량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펼쳤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래 붙잡고 있었다. 영원한 사랑보다도 한때 진심으로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더 아프게 다가오는 듯 하다. 고전은 오래간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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