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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은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사실 그동안 새들의 지저귐을 그저 배경음처럼 흘려들으며 살아왔다. 아침에 창밖에서 들리는 새소리도, 공원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울음들도 딱히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이. 언어를 사용하는건 인간들의 특권이라고 은연중에 단정지은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오만한 생각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뒤흔들어 버린다.
저자는 거창한 장비나 첨단 기술이 아니라 끈질긴 관찰과 호기심으로 박새의 언어를 연구한다. 박새가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조합해 일종의 문장처럼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무려 2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은 저자의 열정이었다. 새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삶’이 더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책에는 뱀처럼 보이는 나뭇가지를 이용한 실험, 박새의 경고음 분석, 울음소리 속 문법 규칙 탐구 등 흥미로운 연구 과정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동물행동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저자는 독자에게 인간 중심적인 시선을 벗어나 다른 생명체의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우리는 늘 오만하게도 인간의 기준으로 동물을 평가해왔지만, 어쩌면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를 형성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을 설명하면서도 그 시선에는 끝까지 따뜻함을 품고 있다. 박새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는 연구자의 냉철함과 동시에 생명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기에, 이 책을 읽는 것은 마치 한 사람이 평생 품어온 호기심과 사랑의 기록을 따라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자 세상이 조금 달라 보였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주위의 평범한 자연 속에도 아직 우리가 모르는 언어와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변화한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는 새의 언어에 대해 다루지만, 단순히 거기에서 머무르지는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질문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책이다. 저자의 열정을 닮고 싶기도 했다. 어릴적 잃어버렸던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열망이 마음속에서 다시 싹트기도 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