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조각 시간 -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성수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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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유리 조각 시간』은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읽는 동안 거대한 사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겨진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되는데, 그 과정이 놀라울 만큼 섬세하고 아름답다.

유영과 경진은 학창 시절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서로의 불안과 결핍을 알아본다. 얼굴보다 문장으로 먼저 연결된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었던 외로움과 상처를 나누며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된다. 특히 '반짝이는 것'을 함께 보는 둘만의 의식이나, 서로를 삶 쪽으로 붙들어 주려는 마음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깊은 연대를 보여준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경진이 보낸 소설 한 편이 유영을 과거로 이끌고, 그 기억들을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과정이 나에게는 읽는 내내 더욱 먹먹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상실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과장하거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남겨진 사람이 어떻게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기억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경진의 병과 이별을 마주하는 유영의 마음은 물론, 세상을 떠난 언니 유경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겹쳐지며, 소설은 관계의 의미를 더욱 깊게 확장한다.

읽으며 여러 번 마음이 울렸던 것은 "선이 끊긴 뒤에야 남은 사람이 후회하는 엔딩"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영의 다짐 때문이었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늦기 전에 마음을 건네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결국 관계란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품어주려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자, 무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평범한 일상과 기억을 이토록 아름답고 강렬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소설을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치유와 연결의 과정으로 풀어낸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성수진 작가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깨진 유리 조각이 오랜 시간 파도에 쓸려 매끄러운 유리구슬이 되듯, 상처 역시 사라지지는 않지만 또다른 빛을 품게 된다.

『유리 조각 시간』은 이렇게 상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삶을 향한 이야기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끝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책을 덮고 나면 내 곁의 사람들과 지나온 시간들이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오래 기억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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