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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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고사카 루카의 『살아만 있다면』은 제목만으로도 이미 한 편의 위로처럼 다가오는 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고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슬픔보다도 삶을 향한 애틋한 애정이었다. 사랑, 상실, 재회, 기다림, 그리고 생존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을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엮어낸다.

이야기는 하루카와 아키하의 사랑에서 시작되지만, 단순한 로맨스로 머무르지 않는다. 서로를 만나 비로소 자유를 알게 된 두 사람이 결국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끝나버린 줄 알았던 이야기가 하루카의 조카 지카게에 의해 다시 이어지는 과정은 한 사람의 인생이 결코 한순간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수신인 없는 편지라는 장치는 과거와 현재, 기억과 사랑을 연결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사랑의 아름다움보다 상실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고사카 루카는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견디고, 기억을 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조용히 써내려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날 만큼 슬프지만 또 이상하게 살아가고 싶어지는 힘을 얻게 된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살아만 있다면"이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희망의 구호가 아니다. 살아 있다면 다시 사랑할 수 있고, 다시 만날 수 있고, 아직 오지 않은 행복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절실한 다짐에 가깝다. 특히 용담꽃의 꽃말인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사랑이란 상대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머물러 주는 일임을 일깨운다. 누군가의 결핍을 완벽하게 채워줄 수는 없지만, 함께 견딜 수는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따뜻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나 싶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고사카 루카의 미발표 유고작이라는 점에 있다. 병마와 싸우는 마지막 순간까지 작가가 붙들고 있었던 원고라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 작품이 전하는 생의 가치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남은 인생 10년』에서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던 작가는 마지막 작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래서 『살아만 있다면』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독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상실을 겪은 사람, 미래가 보이지 않아 지친 사람, 그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주저앉고 싶은 순간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교훈보다도 한 가지 문장이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반드시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거야. 살아만 있다면. 그 말이 지금을 견디는 누군가에게 작은 불빛이 되어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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