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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샤르트르를 만났다. 그런데 이런, 샤르트르가 나의 이상형이었다!
50대의 지성의 극에 올랐을때 자신의 유아시절을 회상하며 쓴 자서전 형식의 글이었다. 글을 쓰는
화자의 연령이 글자를 겨우 알게 돼 읽고 쓰게 된 어린애인데 마치 나의 연인인듯 설레게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품고싶은 내 아이의 모습이라고 하는편이 옳겠다.
체질상 비장과 폐장이 컸던 태양인 아이는 눈이 매우 밝고 두뇌로 펼치는 상상력은 무한했다.
그러나 사지가 없는 사람처럼 나약한 육체는 건강한 팔다리로 움직이는 제 또래의 친구들을 보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꾸만 아픈 의문을 품게된다.
그러나 아픔을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묘사하지 않고 역시나 조롱과 재기 발랄함으로 슬픔을 공격했다.
프로이트 방어기제 중 뭐였더라? 자기의 아픔을 남얘기하듯 너무도 객관적으로 말하는 수법을
자주 쓰더라. 그러나 솔직하게.
자기에겐 아버지가 없었기때문에 초자아가 형성되지 않았고, 오이드푸스신화를 읽을 때는 부친살해에 대해 '나는 아버지가 없어 다행'이라는 둥
독창적인 아이의 눈으로 자기 앞에 펼쳐진 모든 상황을 보는게 한장한장 생생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내고 성장한 샤르트르가 최고의 지성으로 세계의 파도를 생각과 말과 글과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타게 되는구나..
항상 잉여의 존재라는 슬픔을 이겨보려고 무진 애를 쓰며 읽고 쓰기에 몰두하며 또 겸손하게시리 자기는 재능이 없다나 뭐라나..
그런거 같다. 타고난 재능을 믿고 떨쳐 일어난 사람은 결코 아닌듯 하다. 그저 자기의 실존에 대해
지긋이 아픔을 느끼고 또 극복해나가고 불안을 느끼고 타개해가고
한없이 무거운 어둠에서 겨우겨우 빛을 밝히다가 그얘는 프랑스에 대낮의 태양빛으로 빛을 내는 존재로 거듭났던 샤르트르
그는 내가 닮아야 할 모델이 아니고 단지 그의 포오즈만을 배우고 내길을 떠날뿐..
반가웠다, 참. 샤르트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