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아홉 가지 단점
조은수 지음 / 만만한책방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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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표적인 문호 톨스토이에 대해 ​'전쟁과 평화'외에 딱히 아는 바가 없었다.

 이 책은 위인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픽션도 아닌데~^^


'아홉 가지 단점'으로 써 내려간 톨스토이 인생 팩션!이라는데

독특하고 재밌는 구성과 관점으로 소설읽듯이

톨스토이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존했던 톨스토이, 부인 소피야, 주치의 마코비츠키, 톨스토이의 친구 체르트코프,

 막내딸 샤샤, 누이동생 마리야  등이 등장인물로 나오는데,

여기에 가상의 인물인 탐정 셜로홉스키, 꼬마 마부 필카가 등장하는데,

마치 내가 그들이 되어 톨스토이의 이야기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준다.

순수한 꼬마 마부 필카와의 대화를 통해

톨스토이의 생각, 철학, 사상 등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책이다.

 

1910년 러시아의 어느 가을, (알고보니) 가짜 탐정 셜로홉스키는 놀라운 전보 한 통을 받는다.

톨스토이 선생의 실종으로 사설탐정을 급구한다는 것이다.

대박 사건이라 직감한 가자탐정 셜로홉스키는 톨스토이의 저택에 도착하게 되고,

사건을 조사하러 들어간 톨스토이의 방에서​ 단서들을 발견한다.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는 길길이 날뛰고,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막내딸 사샤는 묵묵부답인 상태.


 그 와중에 톨스토이는 꼬마 마부 필카의 마차를 얻어 타고

 주치의 두샨 박사와 새벽기차에 몰래 오른다.


<톨스토이의 아홉 가지 단점>은

19010년 10월 28일 가출해 11월 7일 새벽,

 톨스토이가 숨을 거두기까지 열흘 동안 벌어진 이야기다.

작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허당 코믹 탐정 셜로홉스키와 사랑스러운 꼬마 마부 필카라는 상상의 인물을 덧붙여

 톨스토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톨스토이가 진짜 꿈꾸던 세상에 대해 술술 풀어낸다.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는 남편 톨스토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톨스토이가 종교적 회심을 한 뒤 세상에 대한 태도가 바뀌자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쟁 반대, 사형제 반대, 국가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해대는 톨스토이를 보며 소피야는 현실의 불안함을 느낀 나머지 사사건건 톨스토이의 모든 일을 간섭하고 방해한다.

특히, 땅을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저작권을 포기하려는 톨스토이의 계획을 알고 부터는 소피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결국 톨스토이는 아내와의 갈등을 참지 못하고 가출을 결심한다.

  

'가출'이라는 오랜 소망을 이룬 톨스토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열흘 동안 필카와 함께 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참회를 필카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단점투성이였던 젊은 날의 반성과 자신의 살고 싶은 진짜 삶에 대해서…….

우리는 필카가 되어 톨스토이의 이야기를 직접 듯는 듯하다.

어느 날 일등칸을 마다하고 굳이 삼등칸에 올라탄 톨스토이에게 열혈 농부가 묻는다.


“대체 이 세상은 왜 이렇게 막돼먹은 건가요?” 
“좋은 질문이군요. 제가 내린 결론은 바로 땅, 땅이 문제라는 거지요.”
“땅이라고요?”
“땅을 일구지 않는 사람들이 땅을 갖고 있는 게 문제지요.”
“에이, 귀하신 나으리들이 어떻게 땅을 일구겠어요?”
“만약 여러분 모두에게 땅을 나누어 준다면 어떨까요?”

만약 톨스토이의 이 토지 구상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러시아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열흘 동안 톨스토이와 함께하며 톨스토이의 감격스런 마지막 연설(이 연설은 실제로 일어난 일로, 주치의 두샨 박사의 증언을 막내딸 사샤가 기록했다.)과 온갖 참회 어린 고백을 들은 필카는 곰곰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톨스토이가 오랜 시간 고민해 온 땅 문제를 곳곳에서 보여 주는데,

단점을 평생 고민하며 살아온 톨스토이가 깨달은 단 하나!

불평등한 러시아 사회를 바꾸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톨스토이의 아홉 가지 단점>은 아홉 가지 단점을 중심으로 다르게 해석되는

 톨스토이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아홉 가지 단점은,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이치에 어둡다. 마음이 잘 변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성격이 밝지 못하다. 자기 자신을 속인다.
거짓말을 한다. 조급하게 생각한다. 남을 잘 따라한다.


내 얘기 아닌가? 뜨금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런 점들이 과연 톨스토이의 단점이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단점의 부정적인 영향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관점에서 톨스토이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듯하다.


유명한 위인들에게 단점이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단점으로 시작하는 이런 재미있는 구성으로

궁금증을 유발하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톨스토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아내 소피야,

 톨스토이와 함께 꿈을 이루려는 체르트코프, 삼등칸 기차에서 만난 농부들,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 톨스토이가 진짜 괴로워했던 게 무엇인지,

 진짜 꿈꾸는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단점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콜라주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톨스토이가 살았던 시간의 느낌이 물씬 나는 배경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재밌게 꾸민 콜라주를 보면 마치 톨스토이가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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