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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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독립예술가협회전을 발칵 뒤집어 놓은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 경매장에서 낙찰과 함께 무참히 갈려지는 뱅크시의 작품,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문제작 덕테이프로 붙여진 바나나 퍼포먼스.
예술가들은 그동안 몰두해왔던 자신만의 질문, 세상이 안고 있는 질문에 대해 작품으로 답을 하고, 때로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의 언어는 변기로 나타낼 수 있고, 미리 액자에 설치된 세단기 또는 덕테이프로 표현될 수 있다.

맑고 투명한 안경을 끼고 그들이 던지는 질문과 답을 마주한 채 서 있어도, 우리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술가 자체만으로는 그들에게서 전해져오는 영감이나 매력을 사랑할 수 있지만, 예술가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그들을 사적인 관계처럼 더 가까이 갈 필요가 있다.

예술가와 나와의 관계를 좁혀주는 역할을 바로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의 저자 윤혜정 님이 맡아주신다.
그는 기자로 20년 넘도록 500여명의 다양한 이들과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들 중 19명이 이 책에 실리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만큼 이 책에 수록된 19명이 독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고, 저자인 윤혜정 작가에게도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이번 책이 인터뷰집이다보니 인터뷰 형식을 빌려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인터뷰집인데 보통 읽고 있던 책과 다른 방식으로 독서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책과 마주했나요?
- 소설은 기승전결로 작가와 주인공들이 이끄는대로 움직였지만,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목차를 먼저 읽어보다가 가장 만나고 싶었던 예술가들의 방을 노크해서 들어갔습니다. 순서와 상관없이요.
하지만, 가장 먼저 들어갔던 방은 가장 첫번째방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의 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순서가 달라졌죠.
특히, 처음 접하게된 김수자, 아이작 줄리언, 에드 루샤의 인터뷰 방은 정말 흥미로웠고, 올바른 질문과 확장되는 답변으로 풍성한 인터뷰로 영감을 듬뿍 받았습니다.

왜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의 인터뷰를 먼저 읽게 되었나요?
- 사실 저는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에 대해서는 최근 어반라이크 40호 : i love paper 편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자신이 책의 모든 세포들을 하나하나 관여하여 만드는 그 열정과 자부심, 예술적 정신에 감동을 받아 처음부터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 어반라이크가 윤혜정 작가님의 인터뷰 이후에 인터뷰 한 것 같았지만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관되게 그의 정신의 온도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 중 좋았던 내용이 있었나요?
- 슈타이들은 책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과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사건이에요. 책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일종의 명상 과정은 매우 흥분되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책의 느낌, 당신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할 도서관을 지을 때 얼마나 기쁘겠어요. 그게 중독이죠."

이번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통해 영감받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 올바른 질문과 확장될 수 있는 대답.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는 서로의 교감으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인터뷰를 만들어갑니다. 인터뷰어의 올바른 질문을 통해 인터뷰이도 흥미로운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인터뷰이의 역할은 하나의 답이 아닌 확장된 답변을 통해 인터뷰어와 감정을 교류하며, 그의 매력도 함께 잘 섞이게끔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끝으로, 자기 자신의 사적인 예술가는 누구인가요?
- 나만 알고 싶은 예술가와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예술가가 있습니다. 가장 영감을 많이 받고 있으면서 나만 알고 싶은 작가는 권철화 작가님입니다.
콩테와 오일파스텔, 마커 등으로 단순한 선, 묵직하면서 음침한 색감과 터치로 그림을 그리는데 프란시스 베이컨의 우울하면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보면 볼 수록 감정의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듯한 힘이 있어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사랑합니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일종의 가이드북이자, 예술가들의 박물관에서 도슨트 역할을 하는 책이다.
예술가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감성을 활짝 열고 그들을 맞이하고, 그들 가운데서 가슴을 뛰게하는 나의 사적인 예술가를 찾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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