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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의 심리테라피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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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사둔 책 중에서 가장 먼저 뽑아든 책은 정여울의 ‘심리 테라피’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라는 책이다.

나는 인근 교보문고에 가끔씩 들러 책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잠깐 훑어본 이 책은 서문을 읽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싶은 충동이 들었다.

우선, 내 마음을 이끈 구절은 이 책의 가장 첫 줄에 나와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 좀 나아지는 줄 알았다.

나의 이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내성적이면서도, 속에 품은

것을 언젠가는 터트리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격이..


이 글을 풀어가는 나 역시 심리학을 최근에 공부한 사람인지라, 작가가 서문에 밝힌 이 문장을 책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서문의 중간쯤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마치 지진이나 전쟁에 대비해 미리 꾸며놓은 생존 배낭처럼, 내 안의 힐링 패키지에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음악,

사람들과의 대화, 심리학에서 얻은 지식들,

문학작품의 문장들, 내가 맡은 꽃향기,

맛있는 음식의 향취까지 함께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한 사람의 인격이나 아이덴티티는 이런 모든 특성의 집합체인 건 분명하지만, ‘내가 맡은 꽃향기, 맛있는 음식의 향취’에 이르러서는 이 작가의 글을 맛보고, 그 향취를 느끼고 싶은 생각이 더욱 커졌다. 이 작가의 글을 맛보고 그 향취를 느끼고 싶은 생각이 더욱 커졌다.

마치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기에 그의 소설에 나온 음악들을 분석해놓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이 궁금해지듯이..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각의 내용이 짤막한 별도의 주제로 되어 있고, 부분부분 나오는 심리학 용어조차도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져 있어서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다.


잠깐 작가의 프로필을 훑어보니, 학부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이 정여울이라는 작가는 자신을 더 알고 싶어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다시 공부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에 한 담임선생에게 지적을 자주 받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경험도 있는 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란다. 작가의 이와 같은 성격과 치열한 극복 담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 잘 나타나 있다.

내향성과 예민함과 우울함이 무려 삼박자를 이루었으니,

내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배낭여행을 하고,

강의를 하고, 바쁘게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내향성을 극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기에,

저자가 관심을 가진 심리학의 분야는 ‘융’의 분석심리학이다. 인간의 유형을 ‘외향형(外向型)’과 ‘내향형(內向型)’으로 나누어 분석하기 시작한 사람이 바로 '융'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외향적 기질과 내향적 기질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어느 한 쪽이 우세한가에 따라 자신의 유형이 결정된다고 하였다.



시작한 사람이 바로 ‘융’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외향적 기질과 내향적 기질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우세한가에 따라 자신의 유형이 결정된다고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가 된 ‘융’은 초기에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정신 현상을 성욕에 귀착시켜 설명하는 프로이트에 반대하였고, 아들러(A. Adler)의 사상을 받아들이며 훗날 정신분석학의 기초가 되는 많은 연구를 하였다.

 설명하는 프로이트에 반대하였고, 아들러(A. Adler)의 사상을 받아들이며 훗날 정신분석학의 기초가 되는 많은 연구를 하게 된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하여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정리가 될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나를 잘 돌보아왔을까?

내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비명소리 나올까 봐, 

무조건 회피하고 보지는 않았을까?

유독 나에게 더 가혹하게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가?

짤막하고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지만, 작가의 깊은 아픔이 베여있어 깊이가 결코 얕지 않은 이 책을 한 챕터씩 읽다 보면, 어느새 치유에 대한 방법론을 실천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대한 방법론을 실천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작가가 자기 자신을 돌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로 ‘글쓰기’이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그녀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학생들에게 '휴대폰을 멀리 하고 오직 종이와 펜으로만 글을 써보자’는 제안을 한다. 처음에는 이 과정을 무척 낯설어 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에 띄게 표정이 진지해지며 글쓰기에 열중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신경 쓰는 습관을 멈추고, 글을 쓰는 그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끊임없이 일깨우게 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치유를 해가는 그녀는 이 책의 말미 즈음에 다음과 같은 소망을 표현한다.

나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

상처 입어 피눈물 흘리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피해자가 아니라, 마침내 트라우마의 흉터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어내는,

끝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 또한 어루만지는

다정하고 사려깊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

저자의 희망처럼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자신을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친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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