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가 부러진 날 - 숭민이의 일기(아님!) 풀빛 동화의 아이들 26
이승민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낄낄대며 읽을 유쾌한 동화다.

좌충우돌의 사건이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낸, 꼬이고 꼬인 운명의 장난 같은 삶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인생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어가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부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가! 이 책은 인생의 묘미가 담긴, 무엇보다 무진장 웃긴 코믹 동화이다.


표지부터 참 귀여운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그런 책이다.

남자 아이의 일기를.. 몰래 읽어보는 그런 느낌이 든다.

역시나 남의 일기를 읽는 건.. 언제나 재밌다.

9월8일부터 10월29일까지의 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중간중간 컬러그림이 삽입되어 있고, 승민이 친구의 1인칭 관점으로 쓰여졌기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용이 재밌기도 하고.


자칭 메시이자, 축구 게임 ‘사커일레븐’의 제왕이라 불리는 11살 남자아이 숭민은 일주일 중에서 유일하게 수요일에만 PC방에 갈 수 있다.

수요일엔 단짝인 동규도 매몰차게 버리는데… 그런 금쪽같은 수요일에 숭민은 PC방을 코앞에 두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그만 차에 치인다.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게 된 숭민은 누군가의 도움 없인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에 처한다.(화장실에서 똥을 눌 때면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 때문에 휘파람을 불어야 한다.)

하지만, 깁스를 해서 좋은 점도 있다. 집에서 만화책을 봐도 엄마가 잔소리 하나 않고, 친구들과 휠체어를 타고 장난을 쳐도 숭민만 혼나지 않는다. 또, 당번들이 돌아가며 숭민을 돕는데, 반에서 가장 예쁜 절세미인 백정민이 숭민의 다친 다리를 걱정하며 크림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닌가! 다리를 다친 불운이 행운이 되는가 싶더니, 백정민을 좋아하는, 반에서 가장 성질 나쁜 성기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왕따가 된다. 게다가 이유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미워한 친구 심지영과 단 둘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일기 쓰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초4 큰 애, 그리고 일기를 넘 디테일하게 쓰는 초2 작은 애를 위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일기는...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걸 배울 수 있는 그런 책~

분명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쉽게 일기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분명 울 딸들도 재밌다고 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제목만 보고.. 큰 애가 다리 부러져서 아프겠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숭민이의 일기를 읽으며...

숭민이의 가족은 물론..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되고, 또.. 집이랑 학교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이들 책이지만.. 뭔가..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작가와 그린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웃음과 재미.. 그리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소통하기에도 딱 좋은 그런.. 좋은 책을 만났다. 고맙다.

뭔가.. 참.. 좋은.. 가정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가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 봤다.

5월은 가정이 달이니까..




@ 책 속에서


-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

~ 뭔가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한참 고심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일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 다리가 부러진 건 수요일이었다.

~ 수요일마다 나는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PC방으로 달려가서 한숨도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오락만 했다.

~ "그러니까 엄마가 찻길 건널 때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 쾌유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인터넷을 찾아봐야 했다.

~ 고모들도 내 깁스에 메시지를 남겼다. 작은 고모는 '고모가 사랑한다.'라고 적었고 큰 고모는 '큰 고모도 사랑한다.'라고 적었다.

~ '백절불굴'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왠지 멋있어 보여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아빠가 사전을 찾았는데, 백 번 꺽여도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뜻을 알고 나니 더 마음에 들었다.



- 엄마는 내가 어떻게 학교에 가야 할지 온종일 고민하고 있었다.

~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엄마 몰래 갈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자 동규는 자기 혼자 PC방 간다고 갔다.

역시 세상에 믿을 놈은 하나도 없다.



- 수도 없이 많이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그중 제일 짜증 나는 일은 화장실에 가는 거였다. 동규가 휠체어를 지키는 사이 난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왠지 싫었다.

~ 전날 고기를 먹었는지 자꾸 방귀기 나왔다. 좌변기에 앉아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한테 똥 싸는 소리를 들려주기 싫어서 휘파람을 불어야 했다.



- 목발을 짚고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났다.

~ 내가 휠체어를 꾸민 것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건 팔걸이 옆에 우유 팩을 꽂은 거다. 우연히 발견한 건데, 우유 팩을 납작하게 접어서 팔걸이 옆에 꽂아 두면, 바퀴가 돌아갈 때 바퀴에 팩이 긁혀서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 난 모두가 인정하는 우리 PC방 최고의 사커 일레븐 선수였다. 엄마는 모르고 아빠는 알고 있었다.

~ 그리고 내가 뭔가 조르면 아빠는 잔뜩 짜증난 얼굴로 다 해 줬다.



- 자기 전에 문득 심지영을 떠올렸다. 내가 왜 심지영을 싫어하게 됐을까?

~ 내가 심지영을 싫어하는 건 확실한데, 왜 싫어하는지 이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데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 그래. 이유가 안 떠오른다고 해서 싫어하는 게 변하진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