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김사은 지음 / 이룸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유방암 환자가 육백일 동안 길어올린 반짝이는 생각의 편린들!


평범한 50대 여성이 어느 날 덜컥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자신의 인생사전에 한 번도 등재할 생각이 없던, 유방암 투병을 시작하며 그녀의 일상은 달라진다.

그녀는 투병 기간 중 자신의 머릿속을 스친 여러 생각을 작은 수첩에 옮기기 시작한다.

병실일기도 아니고, 암을 극복하기 위한 투병체험담도 아닌,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자신의 지난 삶,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대해 순간순간 떠오른 이야기들을 담담하고 진솔한 어조로 기록했다.

투병 기간 내내 자신이 입에 담고 산 이야기, “암, 암이어도 괜찮아”“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라는 희망의 증거들을 통해 스스로 위로받고,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라디오 방송사 프로듀서로 재직중인 이 책의 저자 김사은은 2015년, 암 선고를 받고 1년 남짓 투병하다가 방송 일선에 복귀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자신의 삶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던 암투병을 하면서 가족에게, 친지에게, 긜고 자신처럼 암과 싸우는 환우들에게 투병중 맞딱뜨린 눈물 흘리던 순간, 기쁨으로 마음 따사로워졌던 시간 속에서 길어올린 여러 생각의 편린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살아 있으니 된 거야'라는 말이 참 많은 느낌과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첫 표지를 남겼을 때 보이는 초록 고사리 순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건강 서적도 암에 대한 정보 서적도 아니다. 물론 병실 일기나 암 치료 과정의 기록서도 아니다.


대신.. 이 책을 읽은 우리들에게 암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 또는 우리와 가까운 누군가 느닷없이 '암 환자'가 되었을 때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심경의 변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고,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을 알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그저.. 괜찮다는 말..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

라고 말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짧지만.. 참.. 간절하고 또 절실하게 느껴진다.


읽는 동안..

그저.. 감사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왠지... 굉장히 겸손해지고 착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책~~~

하지만.. 정말정말..

건강은 꼭꼭 챙기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그런 책!!!


삶에 지치고.. 조금은 욕심을 부리고 또.. 조금은 짜증이 날 때..

그럴 때 읽으면 딱 좋을 그런 책!!


왠지.. 내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책!!

중간중간 시처럼 써내려간 글도.. 인상 깊다...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만약에 If

내게 암 선고가 내려진다면.. 난 과연 뭐라고 기록을 남길까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내 가족과 내 일상을 점검하게 만드는 그런 소중한 책!!





@ 책 속에서




- 아픈 데는 없는데, 암이라고 했다.

~

"중증 암 환자로 등록되셨습니다."


~

그러고 보면

암은 참, 무서운 존재다.

암,

암 때문에 평화롭던

내 인생이 흔들렸다.




- 묵상하고 참회한다. 이 고난의 시간이 끝나고 나에게 다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더 겸손하게 살게 하시라 청원을 한다.

~

눈물 한 방울,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이므로 닦을 수도 없는 눈물이었다.




- 기도


이 고통이

어서 지나가기를


그리고

다시 겪지 않기를




- 암은 어디로?


얼마만 한

암덩이를

떼냈다는데도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암덩이는 어디로 간 걸까?




- 링거


하얀 눈물이 또르르 굴러

그 눈물 앞세우고

나보다 잰걸음으로

먼저 가는 스탠드




- 오른팔 림프절에도 암이 전이되어 수술 당시 '오른팔 사용 금지' 패ㅐㅅ말이 붙어 있었다.

~

50년간 써왔던 오른팔의 존재감이 과장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얼핏 이러다가 사람 구실 제대로 못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불안감도 엄습했다.




- 언젠가는 내가 상상하는 온 가족이 둘러앉을 식탁에 내가 만든 그릇으로 밥도 담고 국도 담고 사랑도 담아서 차려질 작품들을 그려본다.




- 암 수술을 하고 항암이 시작되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수반된다.

~

두려움을 나누어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이라면 의당 그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잇값을 못하는지 아직도 내 나이가 낯설다.

50이라는 숫자에 익숙지도 않은데 쉰한 살 생일 무렵, 덜컥 암이라는 놈이 나를 뒤흔들었다. 언젠가부터 내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을 터, 가슴 윗부분에 단단하게 뭉쳐 있는 그것을 조기에 발견한 것이 큰 다행이라고 했다.




- 암에 걸리고 제일 마음이 아픈 것은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드린다는 점이었다. 암 판정을 마치 사형 선고인 양 받아들여 온 것이 그간의 사회 현실이었다.

~

내가 암에 걸림으로써 친정엄마는 제일 큰 피해자가 되어버린 듯 했다.




- 40년도 넘은 세월,

너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은데

갚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웠단다.


오늘도 조용히 내 병상을 지키고 있는 고운 친구여.




- 결혼 후 3년인가 4년 만에 남편을 사고로 잃고 혼자서 씩씩하게 아들딸 잘 키워낸 S의 속사정도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큰지 그녀가 26년 동안 버티며 살아온 아픔이 더 큰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냐가 무지무지 존경스러웠따. 아주 특별

한 첫날의 밤이었다.




- 암 환자는 몸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세상사의 절차를 밟는 데도 걸림돌이 많다는 걸 알았다.

암은 참, 불편한 것이었다.




-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사람은 암메 걸리고 병들었는데, 사람들이 가만 놔두질 않는 바다인들 온전할까.

죽어버린 산호가 사람 몸속의 암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났다.




- 하지만 내 삶의 유통기한이 언제까지인지 나는 모른다.

우리 나이로 큰 아들은 23살, 둘째 아들은 19살이다. 아직 대학 과정도 남아있고 그 어렵다는 취업의 문도 확실치 않다.

~

결혼식장에서 신랑 측 양가 부모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남편 옆자리가 빈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갑자기 그런 집념들이 밀려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둘 늘어간다.




- 정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살면서 순간순간 '나 죽을 때 이러저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다.

우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짧았으면 좋겠다.

~

남겨진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

단순히 목숨을 연장하는 연명 치료는 거부하고 싶다.




- 칫솔


마모되고 벌어진

남편의 칫솔을

새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 죽으면,

이 남자

칫솔이나

제때 제때

바꾸면서

살아갈랑가 몰라.




- 모든 일의 '첫' 마음은 선하다.

순수하고 설레고 풋풋하고 아름답다.

나는 다시

'첫'마음으로

나의 길을 나선다.




- "항암하느라 애썼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울컥해진다. 고통을 겪어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

건강하게 잘 살아서, 나도 다른 암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삶의 증거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